맹물로 움직이는 자동차라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대기오염도 없을 것이고, 수도꼭지만 돌리면 되니 석유를 수입하느라 달러를 쓸 필요도 없을 것이며, 산유국들이 값을 올리네 마네 유세를 떨어도 “흥, 그러시든가”하면서 오히려 유세를 떨어 볼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1974년도에 발표된 이형표 감독의 는 70년대 중반에 있었던 석유파동의 그림자가 깔려있다고 하니 그땐 누구나 한번쯤 맹물로 가는 자동차를 꿈꾸어 봤을지도 모르겠다. 는 적절한 사회적 이슈를 밑바탕에 깔고 미경(오수미), 문희(나하영), 수애(장미화)의 여자셋과 원대(신영일), 철권(신일룡), 윤수(김세환)의 남자셋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미팅하는 모양새마냥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티격태격 다투고 화해하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로맨..
1960년대의 신상옥 감독은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최고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작품이 단순히 재미를 위한 오락에 머물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의 영화는 대부분 완성도에서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60년대 신상옥 감독은 영화 산업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감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대중과의 교감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예술로서의 영화에 대한 고민을 작품에 녹여내려는 노력이 신상옥이라는 이름과 신필름이라는 전설을 만들어낸 요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화려했던 60년대의 끝자락인 1969년에 개봉된 를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신기했던 것이 지금의 관객인 나로서는 그동안 TV의 전설의 고향이나 여타 드라마를 통해 이미 너무 많이 접해 닳고 닳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국 이야기를 ..
이은수 감독의 는 박력있는 자동차 추격전으로 힘있게 시작한다. 미국영화와 비교한다면이야 단조롭긴 하지만, 당시의 한국영화에서는 드문 편이었던 자동차 추격씬은 그 자체만으로 화면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더군다나 볼거리에의 취중은 주인공 마리역의 루비나의 세련된 외모도 한 몫하고 있거니와, 홍콩을 배경으로 활용하며, 나이트클럽의 섹스 쇼를 끼워넣는등 이국적인 화려한 볼거리를 강조하면서 철저한 오락영화가 되려고 한 듯 보인다. 그런 점에서 는 어쩌면 70년대 유행했던 블랙스플로테이션 영화를 재빠르게 한국적으로 변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지만 영화의 완성도가 너무 낮은 관계로 한국영화계에 어떠한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했고, 장르로 정착시키는데도 실패하고 만다. 비슷한 영화로 신상옥 감독의 를 들..
한국영화에서 멜로드라마에 신파라는 이름을 붙일 때 몇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은데, 그 중 하나가 고학하는 가난한 남자를 역시 가난한 여자가 고생고생 해가며 뒷바라지 했더니, 결국 성공한 남자는 부잣집 여자와 결혼해버린다는 이야기. 여기에 버림받은 여자는 남자의 아이를 가진 상태였다라는 스토리가 더해지면 한국의 신파 멜로드라마의 기본 골격중의 하나가 완성된다. 여기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사랑의 불가능성, 비정함등 이겠지만, 결국은 세상은 이렇게 차갑고 모질더라는 것과 그 속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여자가 살아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하는 하는 것을 에둘러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이렇게 비정하고 차가운 속성을 지닌 것은 아닐 터. 그래서 1973년에 개봉되어..
는 1969년에 개봉된 고영남 감독의 스릴러영화다. 고영남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만든 감독이지만, 작품의 수준이 들쑥날쑥 고르지 못한 편이다. 이 영화 역시 초반부 하나하나 서스펜스를 쌓아가는 스토리 텔링을 통해 꽤 근사한 스릴러 장르영화가 될려나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구성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그만 빛을 잃고 말아 아쉽다. 만약 초반부의 파워만 제대로 끌고 갔더라도 이 영화는 와 더불어 그의 대표작중의 한편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뭐, 결국엔 잊혀진 영화가 되고 말았지만. 과거의 악행을 발판으로 큰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용구(박노식)에게 어느날 백장미의 망령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이후 병원에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간호사인 난주(윤소라)를 사랑하는 박의..
는 김수용 감독의 영화중에서 흥행에 성공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특별히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이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소수에 불과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가 참 좋다. 이 영화는 김수용 감독의 숨겨진 가작이라고 생각한다. 70년대에서 80년대로 넘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가난했던 한국사회의 모습을 상업전수학교에 다니고 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학생들의 여러모습을 통해 잘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김수용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직접적으로 사회를 비판하기 보다는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꿈을 잊지 않는 청소년들과 그들을 옳은 길로 인도하려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통해 내일의 희망을 얘기하고자 하는데 더 비중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무거움 대신 따뜻한 감성을 드러내는 영화라..
용팔이 박노식의 매력이 빛을 발하다. 팔도사나이의 형님 호가 동생들을 돌보다 죽는다. 장례식 날 찾아온 용팔이를 보고 어린 아들 철용은 화를 내며 부조한 돈을 던진다. 왜? 과거로 돌아가 보자. 호는 동생들에게 주먹을 쓰지 말고 살 것을 주문했고, 그들은 그 뜻을 받들어 열심히 살고 있지만 지독하게 가난하다. 이 즈음 건달 왕거성이 용팔이 아내 옥희의 미모를 탐내 그녀를 겁탈 한다. 할 수 없이 옥희는 용팔이의 곁을 떠난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용팔이는 눈이 뒤집힌다. 그리고 돈 때문에 모든 사단이 났다면서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된다. 그는 팔도사나이들과의 우정도 저버린다.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철용이 용팔이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마포 백사장에서 용팔이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팔도 사나이는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