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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홍콩과의 합작영화이면서 최초의 컬러영화라는 타이틀까지. 필름이 사라진 이 영화가 발굴되어 개봉된다는 소식만으로도 손꼽아 상영일을 기다린 건 당연하다. 영화 상영에 앞서 이국정원을 수입하게 된 경로를 우여곡절의 사연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사운드가 소실되어 의도치 않은 무성영화라는 점이 아쉽지만 자막이 제공된다고 하니 다행이라 여기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일단 나는 이 영화에 대해 발굴의 의미 외에는 영화의 수준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합작이라고는 해도 한국영화라 생각했으므로, 그 당시, 1957년의 영화 수준이거나 혹은 조금 못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영화를 보면서는 의외로 때깔이 좋아서 "~" 했다. 물론 필름상태는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했다고 하나 보기 민망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그만큼 훼손이 엄청났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라도 볼 수 있어 좋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마음에 들었다.


일단 스토리는 익숙하다. 홍콩으로 간 한국인 작곡가 김수평과 사랑에 빠진 홍콩여인 방음. 그런데 방음의 어머니가 그들 사이를 결사반대한다. 알고 보니 어머니는 김수평이 한국에 두고 온 자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근친상간이 아닌가. 하지만 결국 김수평의 어머니는 따로 있었고 비로소 방음의 어머니는 그들의 결합을 축복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영화가 전혀 한국적인 퀄리티가 아닌 것에 조금 놀랐다. 촬영, 편집같은 기술적인 수준이 높았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스토리 역시 지금의 시점에서야 신파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물흐르듯 군더더기 없이 진행이 자연스러웠다. 게다가 나는 후반부로 갈수록 김수평과 방음이 진짜 남매이면 어떡하나 하면서 마음을 졸이기까지 했다. 그들이 남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감독은 수평과 방음의 상황을 이용해 서스펜스를 만들면서 기가 막히게 관객을 몰입시킨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라면 마지막 장면이라고 할까? 수평이 친어머니라면서 데려온 여인의 밝은 표정이 왠지 이전의 장면들과 유려하게 섞이지 못할 정도로 겉돌았던 것이다. 급작스럽게 만든 장면같았다고나 할까... 정말 갑작스런 갈등의 해소와 해피엔딩은 허탈함을 느끼게 했다. 나 역시 그들이 남매가 아니어서 사랑의 결실을 맺길 원했지만 이런 갑작스럽고 코믹한 엔딩을 기대했던 건 아닌데.


합작이라도 한국영화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하면 보기 시작한 <이국정원>은 오히려 한국최초의 홍콩 합작이영화이긴 하지만, 김진규, 윤일봉등의 배우 몇 명이 협력한 홍콩영화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의 연출은 역시 도광계라는 홍콩감독의 것이리라. 우리나라의 전창근 감독이 공동감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나 한국장면의 몇 시퀀스를 찍었다는 점에서 그다지 큰 기여를 한 것 같지는 않다. 아쉽지만 이 영화는 도광계와 일본감독 와카츠키 미츠오의 연출의 힘이라고 생각하는게 마음 편할 것 같다. 대신 합작이라는 기획을 통해 좀 더 미래지향적인 한국영화를 고민했을 당대의 영화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는 것에는 주저함이 없다


개봉 : 1958년 2월 15일 국도극장

감독 : 전창근, 도광계, 와카쓰기 미쓰오

출연 : 김진규, 윤일봉, 김삼화, 최무룡, 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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