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원 감독의 이름을 기억해야 겠다. 그다지 인구에 회자되는 감독이 아니라서 관심도가 덜했는데, 지금까지 감상했던 그의 작품 6편은 나름대로 완성도도 있었고, 재미면에서도 실망시키지 않는 편이었다. 물론 내가 잘 알려진 그의 성공작들만 봐서 느낌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최하원 감독이 펼쳐내는 내공은 만만치 않았다. 1970년대 그는 한국영화의 대표적 감독이었겠지만 지금의 후학들에겐 거의 잊혀져 버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에 대한 재평가 작업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1978년에 개봉된 은 부부사이에 있을만한 육체적 트러블을 중심 소재로 두는 성인영화다. 정숙(김영애)은 남편(김희라)의 문란한 사생활에 혐오감을 느끼고 이혼한다. 하지만 곧 이혼을 후회하고 신혼여행을 갔던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
진짜 진짜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는 이승현, 김정훈 등의 얄개시리즈의 인기가 고공행진을 벌이던 1978년에 개봉했다. 하이틴 영화가 여학생의 순정이야기에서 남학생들의 코믹한 에피소드로 패러다임이 이동한 때문인지는 몰라도 는 그다지 큰 화제를 모으진 못한 것처럼 보인다. 혜은이의 동명 주제가는 큰 히트를 기록했지만 말이다. 또한 내러티브적인 면에서도 지영(임예진)의 희생적인 순정스토리가 주 플롯을 이루지만 남자주인공인 진(김현)을 마라톤 선수로 설정하면서 스포츠라는 소재를 끌고 들어오면서 다분히 얄개시리즈를 의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리즈가 3편을 이어오면서 내용과 배경은 조금씩 바뀌지만 에 이르면 왠지 식상한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문여송 감독의 섬세하지 못한 연출력은 여전히 여기 저기 구..
하이틴 영화의 짧은 전성기가 끝날 무렵인 1978년에 개봉된 은 하이틴 영화의 대표적 이름이 된 김응천 감독의 작품이다. 당시 문여송, 석래명 감독이 김응천 감독과 함께 삼각구도를 형성하며 경쟁했지만 결국 하이틴 영화의 대부라는 호칭은 김응천 감독의 것이 되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경쟁에서 김응천 감독은 다른 두 감독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인식속에 그의 이름이 가장 크게 기억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혹자는 하이틴 영화의 폭발을 알린 석래명 감독의 조차도 김응천 감독의 작품이라고 오인하고 있은 걸 보다 보면 얄개영화에서 그가 가지는 파워가 작품의 질보다는 그의 꾸준한 활동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는 다른 두감독에 비해 80년대 중반까지 꾸준히 ..
참 가혹하구나. 정애(이영옥)의 운명이란. 왜 그녀는 그토록 가혹한 운명의 굴레에 시달려야 하는지... 는 60년대 후반 의 큰 성공으로 멜로드라마의 거장으로 불리게 된 정소영 감독이 1978년에 내 놓은 영화로, 그해 한국영화 흥행1위에 올랐던 작품이다. 그 당시의 관객들은 이토록 불쌍한 여자의 어떤 모습에 그토록 공감했던 것일까? 영화의 주인공 정애는 70년대 중반 가난한 여주인공의 어떤 전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공전의 히트작 이후 주인공인 경아가 가지고 있던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인데, 명랑하고 내숭도 없고 거짓말도 잘하고 통통 튀는 매력을 보여주지만 알고 보면 그런 인위적인 위악으로 가난과 편견에 맞서며, 남모를 아픔을 속으로 삭이는 그런 여주인공형 말이다. 그녀들이 인생을 어떻게 개척..
임권택 감독이 1978년에 발표한 은 외화수입쿼터를 노리고 만들어진 전형적인 반공영화다. 이런 배경에다가 어린이용 영화라는 선입견까지 더해져 그다지 기대하지도 않고 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재미가 있는게 아닌가... 작품성은 둘째로 치고라도 말이다. 남한의 모범생 어린이 인철과 북한의 모범생 어린이 동만이 만나 서로의 체제가 더 좋다고 으르릉 대며 우겨대다가 결국 북한의 어린이가 남한의 체제를 인정하게 되는 이야기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비극으로 끝나고 말아서 좀 마음이 아픈 영화이기도 했다. 어쨌든 이 영화는 제작자의 요구대로 국가의 시책을 등에 업고 어린이용 프로파간다영화로서의 모양새를 갖춘 후 대종상을 통해 우수영화로 선정되어 외화수입쿼터를 따내는 것이 목적인 영화다. 그러므로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
김수용 감독이 78년에 발표한 는 트로이카 1세대 여배우였던 남정임의 마지막 작품이다. 평탄하지 못한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컴백한 이후 옛 시절의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그녀였지만, 자신의 데뷔 영화의 감독이었던 김수용 감독의 야심작(?)에서 남정임은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전에 그녀에게서 느껴졌던 깜찍함은 사라졌지만, 그녀의 얼굴엔 30대의 연륜이 묻어나고 있었고, 이런 점이 영화의 배역인 오학자에 잘 어울렸던 듯 싶었다. 30대의 윤정희가 보여주었던 화면 장악력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안정된 연기는 영화와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스타 남정임의 이야기로 시작하였지만 이 영화는 또한 김수용 감독의 야심이 진하게 묻어나는 영화이기도 했다. 영화의 변방이라고 할 수 있을 70년대의 한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