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세 감독의 는 한 엑스트라의 죽음을 추적하면서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을 밝혀내는 추리적 스타일의 영화다. 기대보다 영화가 아주 좋았다. 무엇보다도 사회비판적인 주제의식이 잘 드러나고 있어 만족스럽지만, 섬세한 연출의 부족은 많이 아쉬운 점이었다. 이원세 감독의 능력이라면 좀 더 세부묘사에 완성도를 기울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당시 한국영화의 한계라고 해야 할지, 제작상의 이유라고 해야 할지 어떻든 기술적 마무리의 부족이 많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해야 할 듯 하다. 시체로 발견된 강유진(신영일)의 과거를 추적하는 형사(박근형)의 회고로 시작되는 영화는 그가 왜 한국인 강유진에서 재일교포 히라오카 유지로가 되어야 했는지, 왜 영화속에서 주인공을 대신하여 죽는 엑스트라에서 사기꾼이 되어야 했는지를 역..
이두용 감독은 77년 이후 그 이전의 액션영화에서 벗어나 일년에 3~4작품을 연출할 정도로 다작을 하면서 멜로, 공포, 반공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지속적으로 개봉시키며 8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구가한다. 는 80년 3월에 개봉되었는데, 멜로드라마의 외피에 스릴러를 덧입히는 구성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다. 얼핏 보면 4각관계의 치정물로 볼수도 있지만, 죽은 정명재(하명중)의 장례식에 나타난 두 명의 여자 민신애(김미숙)와 고수미(이문희)에 대한 수수께끼를 아내인 유미영(정애리)가 풀어가는 방식을 통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화면을 입체적으로 살려내고 있다. 이 영화는 나름 착한 아내였고, 그러므로 남편도 행복했을 것이라고 생각한 유미영이 남편의 장례식에 나타난 두 명의 여인 때문에 배신감을 느끼고 복수..
설태호 감독의 1977년 작품 는 미국으로의 입양을 거부하고 고아원을 도망친 후, 동만(김무생)을 만나 같이 여행하다가 정을 느낀 동만이 자신의 아들도 입양한다는 이야기인데, 토닥토닥 정을 쌓아가는 철이와 동만의 에피소드가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이 영화는 미스테리를 하나 품고 있는데,바로 영화가 시작하는 초반부의 편집이 너무 이상했다는 것이다. 비디오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순서가 뒤죽박죽 되었는지, 아니면 오리지널 상영본에서도 그런지 알수는 없지만 내가 보기에는 점프컷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명백한 실수가 아닌가 할 정도로 생각되었다. 만약 비디오판이 오리지널 영화판의 편집순서와 동일하고 감독이 이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면 설태호 감독님에겐 미안하지만 out이라고 말해야 할 정도가 아닌가 싶다. ..
1987년 작품인 는 장길수 감독이 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후 2번째로 발표한 작품이다. 이문열이라는 80년대 최고 인기작가의 원작. 로 최고의 연극배우로 등극한 윤석화의 영화 데뷔작이라는 프리미엄이 있었지만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진 못한 영화다. 원작을 읽어보지 않은 관계로 이 영화가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일단 영화적으로는 감독의 역량을 성공적으로 펼쳐보이진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주제라고 할 만한 ‘여자에게 있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레테의 강을 건너는 것이라고 표현하면서 과거를 모두 잊고 남편을 위해 새 삶을 시작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분법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영화 전체적으로 흐르고 있는 페미니즘적 분위기와는 뭔가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서 뭔가 어긋난..
은 억울하게 죽은 점례의 한이 공포의 원인이 된다. 점례는 고아 출신으로 외롭게 살고 있는데, 어느날 부잣집의 며느리로 들어가게 된다. 시어머니는 손이 귀한 집안이니 부디 아들만 하나 낳아달라고 말하며 친어머니처럼 자상하다. 점례는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 부처님에게 감사기도를 드린다. 하지만 그녀의 임신 후 아이와 점례 둘 중 하나만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자애롭던 시어머니 불현 듯 며느리의 목숨따위는 중요하지 않으니 아이만 살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시아버지와 남편도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점례는 아이를 출산하며 억울하게 죽어간다. 이후 원혼이 된 점례의 복수가 시작된다. 줄거리에서 보듯 가장 근본적인 사건의 원인은 전근대적 가부장제라는 제도이다. 그리고 점례의 죽음을 통해 가부장제를 비판하려..
김응천 감독의 은 1983년 라는 드라마로 스타덤에 올랐던 이청과 막 하이틴 스타로 떠오르던 조용원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고3인 강비(이청)는 아침마다 존경하는 아버지와 조깅을 한다. 그리고 항상 같은 장소에서 만나는 여학생 다이(조용원)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후 다이와 친구가 된 강비는 다이와 같은 대학에 진학해 서로 사랑을 키워간다. 하지만 이때 식품업을 하는 아버지가 불량식품건으로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구속되면서 강비는 자신과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안고 무전여행을 하는 강비를 따라가는 일종의 로드무비이기도 하다. 또한 강비라는 한 남학생이 한명의 남자로 성장해가는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남자를 위한 영화다. 즉, 아버지라는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