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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천 감독의 <열아홉살의 가을>은 1983년 <고교생 일기>라는 드라마로 스타덤에 올랐던 이청과 막 하이틴 스타로 떠오르던 조용원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고3인 강비(이청)는 아침마다 존경하는 아버지와 조깅을 한다. 그리고 항상 같은 장소에서 만나는 여학생 다이(조용원)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후 다이와 친구가 된 강비는 다이와 같은 대학에 진학해 서로 사랑을 키워간다. 하지만 이때 식품업을 하는 아버지가 불량식품건으로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구속되면서 강비는 자신과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열아홉살의 가을>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안고 무전여행을 하는 강비를 따라가는 일종의 로드무비이기도 하다. 또한 강비라는 한 남학생이 한명의 남자로 성장해가는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남자를 위한 영화다. 즉, 아버지라는 존재를 어떻게 내면화해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주문이기도 한 것이다.

 

일단 아버지(남궁원)은 영화 초반부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화된 아버지상을 절대적으로 구현한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강비는 스스로 내면화하고 있다. 그러나 곧 아버지는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범죄지가 되고, 더욱이 이중생활로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 어린 딸까지 두고 있는 도덕적 결함까지 가지고 있음이 드러난다. 여기서 주인공 강비는 아버지와의 동일시가 깨어지면서 방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무전여행을 하는 길은 자신의 내면을 찾는 길이기도 하지만, 다시한번 아버지와의 내면적 동일시를 위한 고행이기도 했던 것이다. 결국 아버지라는 존재를 어떻게 용서하고 내면화해 그를 넘어서서 진정한 한 남자로 우뚝 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강비가 일출을 보며 마침내 자신을 찾았다고 느낄 때, 아버지의 죽음은 당연한 것인 셈이다. 이제 강비는 아버지의 도덕적 결핍마저도 채워넣을 진정한 남자로 거듭난 새로운 태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아홉살의 가을>은 아버지라는 존재를 모방의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어떤 도덕적 결핍에 대해서는 그다지 깊이 있게 질문하지 않음으로써 기성세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한다. 이런 점은 강비의 여행에 동참했던 관객들(특히, 청소년 관객들)에게 기성세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는 강요로 만들어 버리면서 결국 기득권의 요구대로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는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주는 결과에 그치고 만다. 비판은 저 멀리 던져버리라는 것. 비판 없는 동일시가 과연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지만, 김응천 감독은 평소대로 청소년영화를 외피를 통해 순종을 강요하는 또 한편의 영화를 만들고 말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저멀리 다이가 걸어오면서 이제 치기어린 청소년이 아닌 한 남자가 된 듯 의젓하게 서있는 강비의 품에 안겨 저 멀리 사라진다. 과연 1983년 열아홉살의 강비는 2011년 어떤 기성세대가 되어 살고 있을까? 그의 동일시가 좋은 방향으로 성공적이었기를...


개봉 : 1984년 1월 8일 중앙극장

감독 : 김응천

출연 : 이청, 조용원, 남궁원, 여운계, 유장현, 박재호, 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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