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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태호 감독의 1977년 작품 <둘도 없는 너>는 미국으로의 입양을 거부하고 고아원을 도망친 후, 동만(김무생)을 만나 같이 여행하다가 정을 느낀 동만이 자신의 아들도 입양한다는 이야기인데, 토닥토닥 정을 쌓아가는 철이와 동만의 에피소드가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미스테리를 하나 품고 있는데,

바로 영화가 시작하는 초반부의 편집이 너무 이상했다는 것이다. 비디오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순서가 뒤죽박죽 되었는지, 아니면 오리지널 상영본에서도 그런지 알수는 없지만 내가 보기에는 점프컷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명백한 실수가 아닌가 할 정도로 생각되었다. 만약 비디오판이 오리지널 영화판의 편집순서와 동일하고 감독이 이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면 설태호 감독님에겐 미안하지만 out이라고 말해야 할 정도가 아닌가 싶다. 물론 그럴리는 없겠지만...^^

 

편집을 살펴보면

1.성당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의 전경

2.영화의 중심부라 할만한 아저씨와 철이의 행복한 모습과 함께 비디오용으로

제작된 타이틀이 뜬다.(오리지날 타이틀 자막이 아닌)

3.마리아 수녀가 곧 미사가 시작되며 철이를 입양할 브라운씨도 만나게 될

거라는 암시를 준다.

4.고아원 아이들과 마리아 수녀가 넓은 정원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장면이 보인다.

5.원장과 마리아수녀와 브라운씨의 대화.

- 여기서 철이에 대한 정보와 브라운씨의 입양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내가 문제가 된다고 느끼는 부분은 4번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자리에 끼어들 장면이 아닌 것이다.

트집을 잡자면 2번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지만.

어쨌든 내가 생각하기에 제대로 된 순서는

1-4-3-5-(2번은 중반부의 제자리로)가 되거나

차라리 2-1-4-3-5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떤, 감독의 의도가 있는 것일까? 라고 좋게 생각해보려 하지만 이 장면은 감독의 의도가 실종된 비디오제작회사 '직원'의 의도가 숨어있는 장면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 편집이 엉망인 한국영화가 한두편이 아님에도 이 영화가 유난히 눈에 띈 건 정말 뒤죽박죽이었기 때문이다. 본죽이라면 맛이라도 있을텐데...

이건 77년으로 날아가서 오리지널을 보거나, 영상자료원에서 보관되어 있는 필름순서대로 vod를 만들어주길 기다릴 수 밖엔 없겠다.

 

각설하고

로드무비 형식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소소하게 재미는 있었다.

이 영화는 고아들을 외국으로 입양보내기 전에 국내에서 좋은 부모를 찾아주면 어떻겠는가 하는 바램이 담겨있는 것 같다. 목장을 경영하는 동만의 친구 에피소드를 통해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70년대의 새마을 운동적 분위기로 보여주면서 아빠, 엄마, 아들과 딸로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제시하기도 한다. 아이가 있으면서도 철이를 입양하려는 친구의 모습과 갑자기 동만이 자식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장면은 친구처럼 동만도 자식의 입양을 통해 아빠, 엄마, 자식으로 구성된 이상적인 가정(70년대적 분위기에서는 핵가족)을 구성하는 것에 대한 시각을 가져볼 것을 요청하는 것처럼 보인다. 즉, 입양에 대한 경직된 사고를 풀어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철이라는 아이의 캐릭터는 누가 봐도 똑 부러지는 캐릭터 아닌가.(70년대가 요구했던 남자아이의 이상적 모습).

 

77년 당시 한국영화의 평균적인 수준을 보여준다고 생각되는 이 영화에서 완성도를 물고 늘어지기 보다는 소재와 내러티브의 진행이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말하는게 의미 있는 것같다. 후반부 도둑 에피소드가 좀 뜬금없지만 그것도 이해 못할바는 아니다.


개봉 : 1977년 11월 26일 미아리극장

감독 : 설태호 

출연 : 김무생, 김윤경, 곽준호, 전숙, 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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