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래 오늘은 안녕 - 이장호 감독의 네번째 작품 아역배우로 잠시 활동했던 기억이 있는 선희는 배우지망생이다. 가난한 서민아파트에서도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배우 오디션에 합격하고 희망에 들뜨지만 돌아온 배역은 나체의 단역. 이웃에 사는 언니의 도움으로 의상과 사진모델에 도전하지만 모두 실패한다. 선희의 남자 친구 영철의 꿈은 일류복서지만 현실은 스파링파트너일 뿐이다. 어느날 사기권투시합에 연루되었다가 교도소에 가게 된다. 그렇게 선희와 영철의 꿈은 멀리 사라진다. 이후 쉼없이 달려온 이장호 감독의 4번째 작품. 70년대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젊은 이장호 감독의 시선이 날카롭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껴본다. 그리고 젊은 이장호 감독의 의욕이 과한 미장센이 되어 화면에 넘쳐나는 것을 보..
서울의 연인 - 문화재를 사랑한 연인들의 이야기 훈은 평범하고 모범적인 가정의 장남. 우리의 문화재를 연구하는 학생이다. 제인은 외교관인 아버지 덕에 외국에서 자랐고, 지금은 고국의 문화를 알기 위해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부유층 아가씨. 훈과 제인은 가짜 고려청자를 계기로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제인의 여동생의 방해와 미국에 있는 약혼자의 존재로 둘의 사랑은 위기를 맞기도 하지만 결국 둘은 사랑을 확인한다. 최하원 감독의 1973년 개봉작 은 몇 년만의 재감상인데, 예전에 봤을 때 보다 더 괜찮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70년대의 젊은이들이 국가가 강요하던 이데올로기에 갇혀 있다는 전제하에서 보면 이 영화의 이데올로기는 우리 문화유산을 사랑하자는 것이며 나아가 우리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
산부인과 의사 송희와 동료 의사 원규는 서로 사랑하지만 표현에 서툴다. 같은 병원 간호사 자영 역시 원규를 짝사랑하면서 적극적으로 다가가지만 번번이 원규로부터 거절당한다. 병원에 소설가 민도의 아내가 입원하게 되는데, 민도는 송희에게 흑심을 품는다. 민도는 집요하게 송희와 만남의 시간을 만든다. 이렇게 송희와 원규는 자영과 민도로 인해 오해 아닌 오해를 한다. 결국 원규가 앓아 눕는다. 자영은 의도적으로 송희와 만나지 못하게 한다. 이 와중에 민도는 송희를 강간한다. 이 상황에서 아버지마저 송희를 비난하자 자살을 결심하고, 뒤늦게 소식을 들은 원규가 송희의 자살을 막으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영화 상영시간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분량에서 사운드가 소실되어 대사를 들을 수 없다. Kmdb의 영화 줄거리를..
딸부잣집의 딸 3형제인 덕자. 형자, 미자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며 구김살이 없다. 큰딸 덕자는 여대생으로, 같은 수업을 듣는 찬식과 알게 되면서 사귀게 된다. 찬식의 어머니는 유명한 헤어디자이너 윤사라다. 윤사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 할 만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살고 있는데, 찬식을 이런 어머니에 불만이 많다. 방학을 맞아 덕자와 찬식은 별장으로 놀러간다. 찬식의 가정사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되고, 둘은 진실한 사랑을 느끼고 하룻밤을 보낸다.... 김수용 감독의 은 한국영화계에서 청춘영화의 신호탄 같은 작품이다. 게다가 당시 신세대라 할 젊은이들이 주인공에, 그들의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다 보니 굉장히 세련되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들이 발 딛고 다니는 공간들 이를테면 대학캠퍼스, 고급 미용실, 전파상,..
나에게 있어 최인규는 딜레마를 불러오는 감독이다.그는 일제강점기의 막바지인 1940년대 이후 일본의 강제징집이나 식민주의를 찬양하는 영화를 앞장서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영화들이 완성도 면에서도 당대의 영화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그는 재능있는 감독이었던 셈이다. 그의 재능을 인정하는 만큼 그의 막무가내(?)식의 친일경력이 아쉽기도 하지만, 광복 이후 1946년에 만든 를 보고 있으면 좀 황당해지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1945년 5월에 개봉한 극악의 친일영화 를 만든 사람이 1년 후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민족영화 운운하며 를 만들어 개봉하는 그 후안무치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회의마저 들게 한다. 그 1년 사이에 자신의 죄과에 대한 어떤 사고의 변환이 있었는지는 모..
스포츠용품점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영,웅,호,걸 4형제를 두고 있다. 이발소를 운영하는 첫째 영. 택시운전을 하는 둘째 웅. 레코드점을 운영하는 셋째 호, 음악가인 막내 걸이 그들이다. 나이가 꽉 찬 사형제는 각자 좋아하는 여자가 생긴다. 첫째는 이웃집 아가씨. 둘째는 택시손님으로 만난 아가씨. 셋째는 여가수. 넷째도 짝사랑하는 여자가 있는데, 형들의 도움으로 가까워진다. 그들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사랑의 결실을 맺고 합동결혼식을 올린다. 권영순 감독이 만든 50년대의 대표적인 코미디영화인데,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코미디언 양훈, 양석천, 김희갑, 구봉서가 총 출동하고 있다. 그들은 이 영화에서 뚱뚱이, 홀쭉이, 합죽이, 막둥이라는 별명으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후 그들의 캐릭터로 ..
최인규, 방한준 감독의 1940년 작품 는 일제 강점기 시절 경성소학생 신문이 공모했던 소학생 작문대회에서 조선총독상을 받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무엇보다 일제시대 시골의 모습이 참 정겹게 다가오더라. 일제가 강점하고 있기는 하나 산천은 역시 한국의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 신작로 가에 혹은 초가집 지붕 뒤로 우뚝 솟은 미루나무의 모습이 너무 정겹다. 분명 일제시대라는 비극의 시간이지만, 그 속을 흐르고 있는 정서는 낯선 정겨움을 준다. 낯설다는 것은 아마 모든 풍경은 한국이지만, 일본어를 쓰는 어린이들이 나오기 때문일 것 같다. 영화속의 어린이들은 학교에서는 일본어를 쓰고, 하교길의 친구와의 대화나 집에서는 한국말을 쓰곤 한다. 낯설다. 하지만 아마 이것이 당시의 모습 그대로였으리라. 는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