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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연인 - 문화재를 사랑한 연인들의 이야기 



훈은 평범하고 모범적인 가정의 장남. 우리의 문화재를 연구하는 학생이다. 제인은 외교관인 아버지 덕에 외국에서 자랐고, 지금은 고국의 문화를 알기 위해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부유층 아가씨. 훈과 제인은 가짜 고려청자를 계기로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제인의 여동생의 방해와 미국에 있는 약혼자의 존재로 둘의 사랑은 위기를 맞기도 하지만 결국 둘은 사랑을 확인한다.

 

최하원 감독의 1973년 개봉작 <서울의 연인>은 몇 년만의 재감상인데, 예전에 봤을 때 보다 더 괜찮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70년대의 젊은이들이 국가가 강요하던 이데올로기에 갇혀 있다는 전제하에서 보면 이 영화의 이데올로기는 우리 문화유산을 사랑하자는 것이며 나아가 우리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가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던 모양. 외국에서 온 재미교포라는 설정은 이를 더욱 강화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울의 연인>의 주 플롯은 로맨틴 청춘 멜로 드라마다. 한국의 문화재는 두 사람의 로맨스를 가능하게 한 서브 플롯인 셈이다. 인상적인 장면이 있는데, 두 사람이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지려고 할 때 훈은 제인에게 뚝배기를 주며 고국을 잊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제인은 그 뚝배기를 깨버리고 나는 현재에 있는 나 자신이라고 말하며 사랑을 고백할 때 멋지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건 또한 훈이 과거의 것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현재의 제인에게도 용기를 내 주기를 바라는 제인의 마음이기도 한데, 쏟아지는 비라는 배경도 예스럽고 전형적이지만 로맨틱한 감정을 적절하게 살려주는 것 같다.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다. 제인의 여동생의 행동이 좀 당위성이 부족해 보이고, 여주인공 진도희(90년대 에로비디오의 진도희와는 다른 배우)의 노출이 설득력이 좀 부족해 선정적인 장면을 위한 장면으로 보여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리지 못했다. 옛 영화라 기술적으로 부족하거나 촌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서울의 연인>은 최하원 감독이 나름대로 선방한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개봉 : 1973년 12월 8일 국제극장

감독 : 최하원

출연 : 신일룡, 진도희, 이영옥, 박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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