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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규, 방한준 감독의 1940년 작품 <수업료>는 일제 강점기 시절 경성소학생 신문이 공모했던 소학생 작문대회에서 조선총독상을 받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무엇보다 일제시대 시골의 모습이 참 정겹게 다가오더라. 일제가 강점하고 있기는 하나 산천은 역시 한국의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 신작로 가에 혹은 초가집 지붕 뒤로 우뚝 솟은 미루나무의 모습이 너무 정겹다. 분명 일제시대라는 비극의 시간이지만, 그 속을 흐르고 있는 정서는 낯선 정겨움을 준다. 낯설다는 것은 아마 모든 풍경은 한국이지만, 일본어를 쓰는 어린이들이 나오기 때문일 것 같다. 영화속의 어린이들은 학교에서는 일본어를 쓰고, 하교길의 친구와의 대화나 집에서는 한국말을 쓰곤 한다. 낯설다. 하지만 아마 이것이 당시의 모습 그대로였으리라.
<수업료>는 가난하지만 씩씩하고 똑똑한 학생 영달이 행상을 떠난 부모가 돈을 보내오지 않게 되자 수업료를 낼 돈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할머니까지 몸져 눕게 되어 더욱 살기가 어려워진다. 집주인은 시시때때로 찾아와 집세를 독촉한다. 하지만 일본인 선생님이 도와주고, 이웃집 친구 누나가 도와주고, 친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도와주려 하는 이야기.
무엇보다 4학년 어린이 영달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그는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결코 낙담하지 않는다. 누구의 탓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극복해보려고 노력한다. 특히 수업료를 꾸기 위해 수원에서 평택의 친척 아주머니 집까지 걸어가는 시퀀스는 그야말로 호연지기 소년의 모습이다. 이 영화가 지향하는 목적을 보여주는 것 같더라.
<수업료>는 어쩌면 친일영화의 계보에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의 유일한 일본인으로 등장하는 선생님은 그 누구보다 인자한 사람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당시 내선일체를 강요하는 시대 분위기에서 일본인에 대한 선입견을 지우기에 충분할 정도다. 학교에서는 일본어를 쓰는 것을 보면 표준어로서의 일본어에 대한 강조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서 생각해보면 일제강점기 시대의 영화를 볼 때 마다 만듦새에 감탄하곤 하는데, 이 영화도 서정적인 촬영이 두드러져 보였고, 자연스런 편집도 좋아 보였다. 무엇보다 영달을 연기한 정찬조 어린이의 연기도 좋았다. 당시 추석의 민속놀이 장면을 보는 것도 재미중의 하나다.
개봉 : 1940년 4월 30일 명치좌
감독 : 최인규 감독/ 방한준 감독
출연 : 스스키다 겐지, 정찬조, 복혜숙, 김한, 문예봉, 김신재, 독은기, 김일해
전택이, 최운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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