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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2014년 작품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를 보고 있자니 역시 오종의 영화답게 소재가 기상천외하구나 했다. 아마 오종이 게이와 바이섹슈얼의 경계선(?)에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가능한 상상력이지 않을까 싶고. 도대체 이걸 어떤 방식으로 결론으로 끌고 갈지 사뭇 궁금해지는 구성이다.

 

이 영화에서 두 소녀 클레어와 로라는 성인이 되어서까지 지독하다 할 정도로 끈끈한 우정을 지속하고 있다. 오종은 두 소녀의 우정의 스토리에 복장도착자로 등장하는 로라의 남편 데이빗이 버지니아가 되고 싶은 욕망이 얹어진다.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남자가 그것도 게이도 아닌데, 여자가 되고 싶다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오종 감독은 그것에 대한 이유를 전혀 궁금해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그는 여자옷을 입고 여자처럼 행동하고 싶을 뿐이다. 게다가 그는 클레어를 사랑하기 까지 한다. 데이빗에게 그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남자이지만 여자처럼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싶을 뿐이며,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오히려 그걸 남자와 여자라는 이분법의 세계에 가두고 싶어하는 이 세상의 고정관념이 문제인 것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영화속에서 클레어가 데이빗의 여장을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나오지만, 사실 그녀 역시 그것을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클레어는 데이빗을 버지니아로 부르며 로라의 대체물로 여긴다. 그녀는 데이빗이 남자의 모습일떄 전혀 성적인 욕구를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데이빗이 버지니아가 되어 자신을 유혹할 때, 그녀는 성적으로 끌려간다.



 

결국 클레어야말로 레즈비언이었던 셈인가? 하지만 클레어는 일반적 사회의 고정관념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이 로라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로라의 대체물이었던 데이빗이 사고를 당한 후 식물인간 상태에서 여자의 옷을 입고 깨어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인정하기로 했을지도 모른다. 게이가 아니면서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는 클레어의 레즈비언적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훌륭한 매개체가 된다.

 

7년후 데이빗과 로라의 딸은 학교가 끝난 후 아버지이자 어머니인 여장한 데이빗과 클레어와 함께 걸어간다. 클레어가 이혼하고 데이빗/버지니아와 함께 살고 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오종 감독에게 중요한 것은 이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것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파시즘이라고 하는 것 같다. 분명한 건 프랑소와 오종이 계속 좋은 영화를 내 놓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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