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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페이튼 감독의 <샌 안드레아스>에서 그야말로 폭삭 무너져 내리는 샌프란시스코와 LA를 즐겼다

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스펙터클하게 무너져 내리는 땅과 건물 뿐이라는 듯, 그야말로 끝내주게 

무너져 내리더라. 그렇게 폭삭 무너져 내리는 고층건물과 쩍쩍 갈라지는 땅덩어리가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고, 딸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앞뒤 재지 않고 내어 달리는 믿음직한 아빠 레이와 엄마 엠마의 돌직구 

애정 역시 새로울 것 하나 없었지만, 그래도 재미있기는 하더라.

 

 

그런데 뭔가 하나가 아쉽다. 그냥 재미있다고 툭 던져버리고 끝날 게 아닌 것 같았다. 영화가 끝난 후 이제 

더 이상 재난 영화에서 이타의 마음이라는 것이 없다는 걸 문득 생각하고 나면 뭔가 끔찍해 진다

보통 아빠라면 엄두도 못 낼 히어로 같은 아빠가 있어서 블레이크는 좋기야 하겠지만, 그런데 이 아빠가 

그 끔찍한 재난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면 마음이 스산해진다.

 


더군다나 페이튼 감독 역시 그 끔찍한 지옥도 속에서 주인공 부부와 딸과 그의 남자친구가 될 녀석과 

시동생이 될지도 모르는 녀석 외에는 인물들을 화면에서 소거해 버리는 것도 너무 비윤리적으로 보이더라

꼬장꼬장 하게 윤리를 꼬치꼬치 따질 생각은 없지만, 그동안의 재난 영화에서는 나 말고 다른 사람도 같이 

살자는 이타정신이 있었던 것 같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재난 영화는 공동체를 위한다는 존재가치가 있어 

보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희안하게도 <샌 안드레아스>에서는 나만 있고 남이 없다.

 

그냥 보통 아빠들은 엄두도 못 낼 드웨인 존슨 아빠가 딸 블레이크를 구하는 과정중에 자신의 주위에 있는 

몇 몇 사람을 더 구하고, 그 구조된 사람과 힘을 합쳐 딸을 구해냈다면 어땠을까? 현실이 각박하다고 영화가 

너무 현실을 추종하고 있는 걸까? 그냥 이런 판타지 오락영화에서는 그냥 현실을 탈출해 버려라

아무리 현실의 인간들이 각박하다 해도 오락영화에서도 각박하게만 굴지말고 말이지

포스터에 있는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문구가 떡 하니 버티고 있지만

인간성만은 무너지지 말았으면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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