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홍콩과의 합작영화이면서 최초의 컬러영화라는 타이틀까지. 필름이 사라진 이 영화가 발굴되어 개봉된다는 소식만으로도 손꼽아 상영일을 기다린 건 당연하다. 영화 상영에 앞서 이국정원을 수입하게 된 경로를 우여곡절의 사연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사운드가 소실되어 의도치 않은 무성영화라는 점이 아쉽지만 자막이 제공된다고 하니 다행이라 여기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일단 나는 이 영화에 대해 발굴의 의미 외에는 영화의 수준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합작이라고는 해도 한국영화라 생각했으므로, 그 당시, 1957년의 영화 수준이거나 혹은 조금 못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영화를 보면서는 의외로 때깔이 좋아서 "어~" 했다. 물론 필름상태는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했다고 하나 보..
스포츠용품점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영,웅,호,걸 4형제를 두고 있다. 이발소를 운영하는 첫째 영. 택시운전을 하는 둘째 웅. 레코드점을 운영하는 셋째 호, 음악가인 막내 걸이 그들이다. 나이가 꽉 찬 사형제는 각자 좋아하는 여자가 생긴다. 첫째는 이웃집 아가씨. 둘째는 택시손님으로 만난 아가씨. 셋째는 여가수. 넷째도 짝사랑하는 여자가 있는데, 형들의 도움으로 가까워진다. 그들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사랑의 결실을 맺고 합동결혼식을 올린다. 권영순 감독이 만든 50년대의 대표적인 코미디영화인데,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코미디언 양훈, 양석천, 김희갑, 구봉서가 총 출동하고 있다. 그들은 이 영화에서 뚱뚱이, 홀쭉이, 합죽이, 막둥이라는 별명으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후 그들의 캐릭터로 ..
미몽으로 데뷔했던 양주남 감독이 1957년에 만든 신파멜로드라마 을 보면서 60년대 후반의 메가 히트작 이 많이 생각났다. 아들을 아버지에게 보내려는 여자, 갑작스럽게 나타난 남편의 아이, 그로 인해 외도를 알게 되는 부인의 갈등을 다루는 내용은 고무신 관객으로 통칭되었던 당시의 주부관객들이 가장 확실하게 반응하는 캐릭터들이었을까? 이런 소재는 80년대까지도 지속적으로 변형되며 만들어 진걸 보면 확실히 고정 관객층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은 의 내용에 인물들의 감정의 증폭을 좀 더 강하게 만들어 리메이크한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은 화면이 좋았다. 부드러운 톤의 흑백 영상에 드러나는 당대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편집자 출신의 양주남 감독답게 화면의 전환이 그 당시의 영화에 비해 부드럽..
박영환 감독의 1958년 작품 는 며느리의 설움이라는 악극을 영화화 했다. 이미 1949년에 황정순을 주연으로 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작품이 두번째 영화화다. 는 한마디로 신파극이다. 이러한 신파 스토리는 50년대의 많은 멜로드라마가 차용하고 있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박영환 감독의 는 요즘의 시선으로 단순히 신파라고 치부하고 무시해버리기에는 아까운 영화다. 비극이 비극을 몰고 오며 주인공을 압박하고 눈물로 지새우는 구조는 똑같다. 하지만 이런 신파를 구원해내고 있는 것은 촬영의 아름다움이다. 50년대 영화라고 하기에는 촬영이 너무 깔금하고 좋았다. 박영환 감독이 촬영으로 영화 경력을 시작했고, 이 영화에서 감독뿐 아니라 촬영까지 직접 해냈다는 것이 아름다운 그림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
시골 농부 봉수는 딸 순이의 결혼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벌써 몇 번째 식을 연기하고 있는 중이다. 아들 영호는 군에서 제대하자마자 집안의 형편이 걱정이다. 여느때처럼 과부집에서는 노름판이 벌어진다. 그런데 오늘은 봉수에게 운이 붙었는지 친구들의 돈을 몽땅 다 따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봉수는 양심의 가책이 생겨 돈을 돌려 주려한다. 그런데 과부의 남편 노릇을 하는 사기꾼 억조가 봉수를 살살 꾀여 그 돈을 자신이 모조리 다 따버린다. 더욱 살기가 힘들어진 봉수는 서울에서 구제품을 떼다 장사를 해보기로 한다. 그런데 이것도 그만 사기를 당해 돈을 몽땅 날려버리고 만다. 눈앞이 깜깜하고 상심에 빠진 그날 봉수는 억조가 흘린 돈을 줍게 되고, 둘은 티격태격 하다 그만 억조가 죽고 만다. 다시 그 돈은 영호의 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