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모 감독의 1981년 작품 는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다. 바로 남자가 끝까지 순정을 지킨다는 것이다. 많은 한국영화에서 남자는 여자를 배신하고 그래서 여자는 한을 품는다. 하지만 어떤 영화는 남자의 순정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1973년 변장호 감독의 가 생각났다. 영화의 결말부분에서 맹인이 된 미령이 동훈의 앞인줄도 모르고 구구절절 읊어대는 신파조의 대사는 좀 유치하긴 하지만, 그래도 한진희와 윤미라의 연기가 괜찮아서 그럭저럭 볼 만하다. 악역 칠용이가 잠시 등장해 구질구질하게 굴긴 해도, 어쨌거나 서윤모 감독이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마음도 편해진다. 호스티스 미령과 고학생 동훈의 만남. 그들은 티격태격하다 정이 쌓인다. 그러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동훈. 얼떨결에 보호자가 ..
영주는 준영을 아빠에게 보내고 낙도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을 돌보며 애써 담담하게 살고 있지만 큰 병에 걸리고 만다. 동료 의사는 우연히 준영의 사진과 주소를 발견하고 편지를 보낸다. 엄마가 미국에 있는 줄로 알았던 준영은 엄마를 찾아 떠난다. 세준은 영주를 서울의 병원에 입원시킨다. 준영은 영주와 살 희망을 품는다. 영주는 그런 준영을 나무라지만 세준은 영주와 준영이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한다. 엄마와 만나기로 한 날. 빗 속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준영은 떠나려는 엄마를 붙잡는다. 그야말로 지친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가 어느 정도 성취를 거둔 아류작이라고 생각했지만, 속편에 이르러서는 닳고 닳은 진부한 3류 드라마로 급전직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어린 준영의 감정을 그저 우는 ..
간호사인 영주는 세준과 결혼을 약속한다. 그러나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세준의 어머니는 뒷조사를 통해 영주의 어머니가 양공주 출신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던 영주는 세준과 파혼한다. 충격을 받은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죽자 영주는 낙도로 숨어 들어 세준의 아들 준영이를 낳는다. 세월이 흘러 준영이는 7살이 되었다. 영주는 간호사 경력으로 섬 주민들을 치료해주며 지내고 있다. 이때 세준의 부인이 불임판정을 받게 되고, 다시 한번 세준의 어머니는 영주에게서 준영을 뺏어가려고 한다. 갈등 끝에 영주는 준영을 포기하고 세준에게 보내기로 한다. 장일호 감독이 1981년에 발표한 는 의 괜찮은 아류작이라 할 만하다. 변장호 감독의 시리즈처럼 리메이크가 아니라고 우기기 떄문..
하길종 감독의 유작 를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조금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완성도 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전작인 의 영광을 생각해도 그랬다. 하지만 그저 그런 영화라고 단순하게 말할 성질의 영화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탄탄해 보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확실히 힘은 빠져 보였다. 어쩌면 하길종 감독은 처음부터 쉽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를 구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의 속편이어서 조금 아쉽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는 당대 유신 체제에서 숨 막혀 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아닌 척 하면서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으로부터 3년후. 병태(손정환)는 병장말년이다. 곧 제대를 앞두고 있다. 영자(이영옥)가 면회를 온다. 영자가 그리웠던 병태는 영자를 붙잡지는 못한다. 병태가 제대하고 영자는 졸업한다. ..
최하원 감독의 이름을 기억해야 겠다. 그다지 인구에 회자되는 감독이 아니라서 관심도가 덜했는데, 지금까지 감상했던 그의 작품 6편은 나름대로 완성도도 있었고, 재미면에서도 실망시키지 않는 편이었다. 물론 내가 잘 알려진 그의 성공작들만 봐서 느낌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최하원 감독이 펼쳐내는 내공은 만만치 않았다. 1970년대 그는 한국영화의 대표적 감독이었겠지만 지금의 후학들에겐 거의 잊혀져 버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에 대한 재평가 작업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1978년에 개봉된 은 부부사이에 있을만한 육체적 트러블을 중심 소재로 두는 성인영화다. 정숙(김영애)은 남편(김희라)의 문란한 사생활에 혐오감을 느끼고 이혼한다. 하지만 곧 이혼을 후회하고 신혼여행을 갔던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