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울린 남자 - 서윤모 감독 윤미라 한진희 주연의 멜로드라마

서윤모 감독의 1981년 작품 <여자가 울린 남자>는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다. 바로 남자가 끝까지 순정을 지킨다는 것이다. 많은 한국영화에서 남자는 여자를 배신하고 그래서 여자는 한을 품는다. 하지만 어떤 영화는 남자의 순정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1973년 변장호 감독의 <눈물의 웨딩드레스>가 생각났다. 영화의 결말부분에서 맹인이 된 미령이 동훈의 앞인줄도 모르고 구구절절 읊어대는 신파조의 대사는 좀 유치하긴 하지만, 그래도 한진희와 윤미라의 연기가 괜찮아서 그럭저럭 볼 만하다. 악역 칠용이가 잠시 등장해 구질구질하게 굴긴 해도, 어쨌거나 서윤모 감독이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마음도 편해진다.

 

 

호스티스 미령과 고학생 동훈의 만남. 그들은 티격태격하다 정이 쌓인다. 그러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동훈. 얼떨결에 보호자가 된 미령은 그의 월세집을 찾아갔다가 그의 사정을 알게 된다. 동훈을 돌보다 정이 든 미령은 동훈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공부시킨다. 미령은 양품점에서도 일해보지만 역시 밤의 꽃이 되어 동훈을 뒷바라지 한다. 대기업에 입사한 동훈. 회장은 수석 입사한 동훈과 딸을 결혼시키고 싶다. 한편 미령은 과거의 애인이라 할 칠용이의 협박을 받고 있는 중에 교통사고가 나서 눈을 실명하고 만다. 사라진 미령. 동훈은 미령을 찾기 위해 사표까지 내려고 한다. 시간이 흘러 동훈은 회장딸과 결혼을 약속하고 후견인으로 있는 고아원을 방문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고아원 선생이 된 미령과 재회한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동훈은 재벌딸을 포기하려고 하지만 미령은 아이들을 버려둘 수 없다며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기로 한다.

 

스토리가 유려한것도 아니고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고 할 수도 없다. 사건은 급작스럽고 두 사람이 가깝게 되는 상황도 매끄럽지 못하다. 하지만 도도하고 이기적인 재벌딸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있는 곽은경의 연기도 편안했고, 윤미라와 한진희의 순애보도 보기 좋았다. 윤미라가 맹인임에도 고아원선생이 되어 있다는 설정은 조금 납득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후반부의 구구절절 신파조는 뭐 그러려니 한다. 착해서 참고 볼만했던 영화.

개봉 : 1981년 8월 28일 중앙극장

감독 : 서윤모

출연 : 한진희, 윤미라, 곽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