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은 70년대 유신정권이 요구했던 국책영화도 종종 연출하곤 했다.76년에 개봉된 도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중의 한편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 이만희 감독은 국책영화인 를 전혀 국책스럽지 않게 만들었다 하여 그의 반골기질이 평가받기도 한다. 비슷한 시기에 임권택 감독은 을 만들어 흥행에 성공했다. 이만희는 반항하는데 왜 임권택은 반항하지 않고 유신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했느냐 하고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임권택이 만든 반공국책영화에서도 체제나 이념보다는 인간이 중심에 서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임권택 감독은 시스템에 표면적으로 저항하기 보다는 그 속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실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만희의 방식과 임권택의 방식. 어떤 것이 더 낫다고 쉽게 판..
음산하고 그로테스크하면서 강렬한 음악과 함께 시작되는 이만희 감독의 은 병원에서 죽은 시체를 영안실로 옮기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당시의 병원 영안실은 정말 그렇게 낡고 음산했을까? 장르가 서스펜스 호러를 지향하다보니 일부러 미술을 그런식으로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쩄든 이 시체는 영화에서 중요한 복선으로 활용된다. 이후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된다. 외과과장인 노총각 광호(김진규)와 간호사인 진숙(문정숙)은 남몰래 정을 통하고 있는 사이. 진숙은 광호를 결혼할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광호는 진숙을 섹스파트너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 상태. 광호는 동시에 병원 원장의 딸 정자(방성자)와 사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눈치 챈 진숙은 순식간에 광호의 방해물이 되어버린다. 결국 ..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를 즐겨보진 않지만, 간간히 볼때마다 항상 감동을 받곤 한다. 아마 한 인물 혹은 팀의 노력과 그 결과를 보여주는 스토리가 대부분이라 그들의 땀방울과 노고에 덩달아 박수를 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 헐리우드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스포츠 영화는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고, 게중에는 이나 최근의 처럼 관객과의 소통에 성공하며 메가히트를 기록하는 작품도 있다. 또한 스포츠는 운동선수라는 형태로 멜로드라마에서도 많이 다루어지고 있어 낯설지가 않다. 하지만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본격적인 스포츠 영화는 그다지 많이 제작된 것 같진 않다. 스포츠나 운동선수는 미담의 대상이 되곤 했지만, 그것을 소재로 차용하여 만든 영화들은 대부분 참신한 영화를 보여주진 못했던 것 같다...
이건 내 생각에 불과하지만 50~60년대 초중반까지의 한국영화에는 강인한 여성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 같다. 그 강인함이라는 것이 거친 남성스러움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래도 일제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일제의 착취와 노동, 그리고 총칼에 쓰러져간 남성들의 자리를 잠시나마 대신할 수 있는 즉, 어떻게 보면 가부장적 면모를 가지고 있거나 그것을 지켜낼 수 있는 여성상을 그리워 한 것은 아닌가 싶다. 물론 이후에도 가부장의 자리를 대신하는 어머니, 아들, 딸의 모습을 그리는 한국영화는 대체적으로 88년 이전까지는 지속적인 흐름으로 만들어지고는 했고 관객의 호응도 높았던 것 같다. 선 굵은 남성적인 영화를 만든다고 알려진 신상옥 감독의 영화도 알고보면 여자가 주인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김효천 감독의 1983년 개봉작 에 조금 기대를 하고 있었다. 우선 시리즈나 김두한 시리즈등으로 한국 액션영화의 한계보를 차지하고 있는 김효천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이었고, 또 어느정도 흥행에도 성공했으므로 재미도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저 즐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나름 견디고 볼만은 했다. 하지만, 뭐 거기까지. 문제는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영화에 대한 불만 정도라고나 할까... 한국영화를 보면서 종종 의아한 점은 영화를 20년가까이 만든 사람들이 만든 영화라고 하기엔 기본부터 모자른 영화들이 참 많다는 것이다. 이 영화도 그렇게 생각되는 경우였는데, 일단 전체적으로 각본이 조화롭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건은 옴니버스 영화처럼 각 단락마다 분절되어 제시되는데, 물론 사회비판의 성격을 강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