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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를 즐겨보진 않지만, 간간히 볼때마다 항상 감동을 받곤 한다. 아마 한 인물 혹은 팀의 노력과 그 결과를 보여주는 스토리가 대부분이라 그들의 땀방울과 노고에 덩달아 박수를 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 헐리우드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스포츠 영화는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고, 게중에는 <이장호의 외인구단>이나 최근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처럼 관객과의 소통에 성공하며 메가히트를 기록하는 작품도 있다. 또한 스포츠는 운동선수라는 형태로 멜로드라마에서도 많이 다루어지고 있어 낯설지가 않다. 하지만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본격적인 스포츠 영화는 그다지 많이 제작된 것 같진 않다. 스포츠나 운동선수는 미담의 대상이 되곤 했지만, 그것을 소재로 차용하여 만든 영화들은 대부분 참신한 영화를 보여주진 못했던 것 같다. 이런 와중에 1972년 작품 <섬개구리 만세>는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스포츠 영화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이 영화는 제1회 전국 소년체육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전남 신안군 사치분교 농구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이들을 가르칠 선생님 조차 없는 오지인 사치섬에 부부교사인 권갑윤(신일룡), 김선희(김영애)가 부임해 온다. 하지만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쁜 마을사람들은 아이들의 교육에는 대부분 무관심하다. 부모들은 희망없는 삶을 영위하고 있고, 아이들 또한 희망을 꿈꾸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부부교사는 이런 섬마을의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농구부를 만들고 마을 어른들의 몰이해와 편견을 묵묵히 견디며 노력하여 부모들을 비롯한 섬사람들을 변화시키고 또한 희망을 꿈꾸게 된다는 이야기다.

 



영화는 섬사람들의 텃세에 대항하는 부부교사의 모습, 농구를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촬영된 화면속에서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특히나 1970년대 초반에 나온 영화치고는 완성도도 훌륭했던 것 같은데, 단지 한가지 아쉬운 점은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대통령의 에피소드를 넣었겠지만, 논픽션 필름을 그대로 가져온 연출은 정진우 감독의 꼼수가 읽히는 대목처럼 느껴졌다.

 

나는 정진우 감독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권력지향적인 독불장군처럼 느끼고 있는데, 당시 한국영화가 관객의 외면을 받는 어려운 상황에서 영화사를 운영하던 그는 어떻게든지 권력에 아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이런 인정스토리에 박정희 대통령의 실제 모습을 삽입하며 유신이라는 이름으로 일그러진 모습보다는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면서 권력으로부터 좋은 영화라는 구실을 사용할수 있게 했을 것 같다. 그게 아니면 검열의 흔적일 수도 있을 것이고, 이도 저도 아니면 진정으로 정진우 감독이 유신을 받아들였던 것일 수도 있었겠다 싶다. 뭐, 순전히 내맘대로 해석하기 좋아하는 구름의 상상이니 진실은 따로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어쨌든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던 섬개구리 만세는 마지막 부분에서 전형적인 새마을 국책영화같은 구성을 취하면서 아쉽게 되고 말았다. 영화를 보면서 그 장면을 들어내고 싶은 충동을 꾹꾹 내리 눌렀다. 이 영화가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되어 기자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하는데, 당시 열악한 한국의 영화상황을 모르는 서구의 기자들의 단순함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신파성이 가미되었다고는 하나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의 감동이 묻어나고 있고, 아름다운 촬영이 있는 영화가 그렇게 시대착오적인 영화로 비판을 받았다면 그 이유는 분명 마지막 시퀀스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섬개구리 만세>는 참 재미있고 감동도 적지 않았던 영화라서 적당히 타협해버린 감독이 살짝 더 미워진다.^^ 이 영화는 한국의 대표 중견배우인 김영애의 데뷔작이다. 시대를 앞서간 세련된 미모가 돋보였다. 80년대 중반까지 한국영화의 대표적 섹스심볼이었던 신일룡도 수수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 외 주선태, 장혁, 이름은 잘 모르지만 뱃사공역으로 나온 연기자나 이경희의 모습도 좋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해맑은 연기가 너무너무 좋았다.


개봉 : 1973년 4월 18일 국도극장

감독 : 정진우

출연 : 신일룡, 김영애, 김칠성, 이경희, 주선태, 장혁, 박암, 강계식, 성소민, 이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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