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진 감독의 78년 작품 는 가난하지만 건전하게 살고 있는 70년대식 모범가족을 소재로 만든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70년대 후반 인기를 끌었던 이상무 화백의 만화 과 많이 겹쳐 보인다. 인물구성이나 집안 세트가 비슷해 보여 영화가 낯설지 않다. 만화책도 감동적으로 읽었는데, 영화도 착한 가족 구성원들이 만들어내는 에피소드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아내와 사별한 벙어리 청소부 윤달수는 4남 2녀의 자식을 두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 첫째 아들은 결혼해 회사에 다니고, 둘째는 고시공부중이며, 셋째이자 큰딸은 고속버스 안내양으로 집안을 돕고 있으며, 넷째는 고3이며 권투선수, 다섯째는 고등학교 모범생, 막내딸은 초등학교 저학년이다. 하지만 청소부 월급으로 자식들을 ..
간호사인 영주는 세준과 결혼을 약속한다. 그러나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세준의 어머니는 뒷조사를 통해 영주의 어머니가 양공주 출신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던 영주는 세준과 파혼한다. 충격을 받은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죽자 영주는 낙도로 숨어 들어 세준의 아들 준영이를 낳는다. 세월이 흘러 준영이는 7살이 되었다. 영주는 간호사 경력으로 섬 주민들을 치료해주며 지내고 있다. 이때 세준의 부인이 불임판정을 받게 되고, 다시 한번 세준의 어머니는 영주에게서 준영을 뺏어가려고 한다. 갈등 끝에 영주는 준영을 포기하고 세준에게 보내기로 한다. 장일호 감독이 1981년에 발표한 는 의 괜찮은 아류작이라 할 만하다. 변장호 감독의 시리즈처럼 리메이크가 아니라고 우기기 떄문..
먹을 것을 구해보려고 추운 겨울날 눈밭을 헤치고 있는 초등학생 민순. 살을 에는 추위가 견디기 힘든 듯 애처롭게 엄마를 불러본다. 10년전, 민순이 4살 때. 아버지는 댐을 만드는 공사장에서 일하고, 엄마는 품을 파는 가난한 살림살이지만, 세 가족은 행복하다. 그러나 아버지가 발파장에서 돌에 머리를 맞고 그 후유증으로 실명한다. 엄마는 아버지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하고 돌아오다 기차에 치여 죽고 만다. 이후 10여년 동안 민순은 아버지를 봉양하며 집안을 이끌어 가지만 점점 힘에 부친다. 학교 연극에서 심청을 연기한 후 민순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고 싶다며 운다. 담임 선생님은 각계에 호소해 독지가의 도움으로 아버지는 수술을 하게 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렇게 쉽게 수술을 하고 시력을 회복할 수 ..
나는 비트를 만화 비트가 아닌 영화 비트로만 생각한다. 원작이 있다 하더라도 영화는 원작과는 다른 또 하나의 창작물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므로 얼마나 감독이 자신의 주제를 잘 표현해 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김성수 감독은 자신의 두번째 작품으로 첫작품인 '런어웨이'의 실패를 만회하기로 단단히 작정을 한 것 처럼 보인다. 그는 내용과 형식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둔다. 우선 현란한 영상으로 중무장한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편집이다. 스피디한 커트는 살기 위해 정신없이 달리는 등장인물들의 절박한 심리를 무엇보다도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의도적으로 시간과 공간을 무시한 교차편집은 민의 혼란한 심리상태를 무엇보다 잘 대변하고 있다. 물론 촬영 역시 두말할..
은 80년대 주로 대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청춘물을 제작했던 김응천 감독이 모처럼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만든 하이틴 영화다. 당시의 인기스타였던 하희라와 이상아를 투톱으로 내세웠고, 가수 전영록과 탤런트 출신인 김주승이 주요배역을 맡았다. 하이틴 영화의 단골조연이었던 백장미도 코믹한 캐릭터를 보여준다. 하지만 김응천 감독의 하이틴 영화가 70년대를 건너뛰어 80년대라고 해서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당시 고등학생의 현실을 리얼하게 포착하려는 노력보다는 일종의 판타지처럼 현실감각을 결여하고 있는 것이다. 나옥(하희라)이 보여주는 자신의 트럭으로 사업을 하는 독립심 강한 여고생이나 나영(이상아)이 보여주는 모범생의 모습은 당시 고교생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하지만 막연하게 동경하는 모습을 영화가 상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