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말괄량이 대행진> 80년대 주로 대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청춘물을 제작했던 김응천 감독이 모처럼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만든 하이틴 영화다. 당시의 인기스타였던 하희라와 이상아를 투톱으로 내세웠고, 가수 전영록과 탤런트 출신인 김주승이 주요배역을 맡았다. 하이틴 영화의 단골조연이었던 백장미도 코믹한 캐릭터를 보여준다.

 

하지만 김응천 감독의 하이틴 영화가 70년대를 건너뛰어 80년대라고 해서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당시 고등학생의 현실을 리얼하게 포착하려는 노력보다는 일종의 판타지처럼 현실감각을 결여하고 있는 것이다. 나옥(하희라)이 보여주는 자신의 트럭으로 사업을 하는 독립심 강한 여고생이나 나영(이상아)이 보여주는 모범생의 모습은 당시 고교생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하지만 막연하게 동경하는 모습을 영화가 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 나쁠 수는 없다. 어차피 영화는 판타지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러한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영화 내에서 최소한의 핍진성과 공감대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김응천 감독은 항상 그렇듯 무시해버리고 그저 카메라를 돌려 장면을 만들 뿐이다. 그러다보니 관객이 나옥과 나영을 통해 위안을 받기에는 그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일 뿐이니, 이것은 판타지가 아니라 진정한 현실도피라고 할 밖에.

 

나옥의 독립심과 나영의 소극적 반항의 결과가 말 잘 듣고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는 주제를 스스로의 체현으로 담아가게 만들기 보다는 서당 훈장님의 잔소리처럼 강요하는 김응천 감독 특유의 연출은 하이틴을 위한 영화라기 보다는 꼰대를 위한 영화라고 할 밖에.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볼 만했던 것은 전영록이 부르는 주제가 였다.. <말괄량이 대행진>의 유일한 스타일 실험이라고 할 만한 뮤직비디오를 활용한 연출은 초기의 한계라고 인정하더라도 너무 촌스러웠지만 쉬운 멜로디의 노래는 입가에 맴돌았다.


개봉 : 1986년 7월 10일 허리우드극장

감독 : 김응천

출연 : 하희라, 이상아, 전영록, 김주승, 손창호, 백장미, 이인옥, 박암, 김기종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