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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유럽영화

해바라기 I Girasoli

구름2da 2018. 8. 29. 00:54



어쩌다 보니 또 음악이 유명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어릴때 TV에서 봤던 영화인데, 몇 장면은 늘 기억 한켠에 남아있는 영화였다. 죠반나가 안토니오를 만난 후 슬픔을 참지 못하고 기차로 뛰어오르던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지만, 나는 특이하게도 러시아에 살고있는 안토니오가 마샤와 함께 이사하던 트럭 장면도 늘 기억이 나곤 했다. 안토니오의 쓸쓸한 표정 때문이었을까? 이 장면은 나중에 장선우 감독의 우묵배미의 사랑에 박중훈과 유혜리가 변두리로 이사가는 장면에서도 기시감을 느낄 정도로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다시 본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의 해바라기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재미있었고, 그때보다 오히려 더 슬픈 영화였다. 삼각관계야 멜로드라마 장르에서 여전히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또 여러 형태로 변주되고 있지만 그래도 늘 가슴 한켠을 묵직하게 만드는 소재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해바라기의 인물들이 더 가슴 아프게 와 닿는 것은 개인으로서는 어쩔수 없는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때문에 빚어진 일이었던 데다, 관객의 비난을 받아줄 악인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더군다나 그들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을 갸날픈 몸으로 받아들이기로 작정하지 않았는가? 그렇기 때문에 여운은 더 짙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피아 로렌의 슬픔을 간직한 굳은 표정이 유난히 기억나는 죠반나의 캐릭터는 왠지 한국적이라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이탈리아가 한국과 비슷하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60, 70년대 그들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어떤 정서는 왠지 친근감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해바라기라는 제목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죠반나가 간직하고 있는 그리움의 정서가 꽃말과 비슷하게 다가오긴 하지만, 여기에 더해 죠반나가 안토니오를 찾아 헤매던 우크라이나의 그 광활한 해바라기들의 물결이 당시 전쟁에서 죽어갔던 이름없는 이탈리아와 러시아의 젊은이들의 몸을 매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죠반나의 그리움을 간직한 해바라기는 또한 그 젊은 영혼들이 펼치지 못한 꿈과 사랑에 대한 염원과 그리움을 담고 피어있었던 것이다.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도 죠반나와 안토니오의 운명의 어긋남과 광할한 해바라기의 물결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고발하는 훌륭한 반전영화를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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