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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잘 사는 나라 싱가폴은 겉으로 보기야 화려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대만이나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 삶을 유지하기 위해 직장에 다니며 버티고, 자식을 키우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다 똑같더라. 이 영화의 인물과 장소를 한국으로 바꿔놓고 같은 사건을 만들어도 충분히 한국의 이야기가 된다. 이런 걸 동시대성이라고 하는 걸까?
<일로 일로>는 2013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안소니 첸 감독의 데뷔작이다. 먹고 살기 위해 바쁜 엄마, 아빠의 애정을 제대로 받지 못한 자러는 이래저래 말썽을 피운다. 임신중인 엄마는 더 이상 집안일과 회사일을 병행하기가 힘들어 필리핀 여자인 테레사를 도우미로 들인다. 그리고 테레사와 자러는 조금씩 우정을 키워간다.
택배회사에서 일하는 엄마와 영업사원인 아빠의 일하는 모습은 거의 언제 짤릴 지 모르는 위기감을 품고 있는 위태위태하고 건조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선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짤린다는 것은 곧 생존의 위협이기도 하기 때문에 엄마, 아빠의 모습은 버티기 위한 피로와 짜증이 믹스된 무표정이 된다. 필리핀에서 온 테레사 역시 마찬가지로 짤리지 않기 위해 버텨야 하는 인물이다. 그는 12개월 된 아이를 두고 온 여자다. 아픔이 있다. 싱가폴과 필리핀이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다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들은 기어코 살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결국 삶이라는 것, 살아내면서 생존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영화구나 생각한다. 삶이라는 게 특별할 것이 없다. 계란에서 병아리가 태어나 닭이 되어 식탁에 오르는 게 닭의 삶이듯, 인간으로 태어나서는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다니며 가족을 꾸리고 아둥바둥 사는 것이다. 그저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일로 일로>에서는 그 각박한 삶이라는 굴레에서 작은 우정을 중요시한다. 자러와 테레사의 우정은 그래서 더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안소니 첸 감독은 삶의 어떤 순간에 찾아온 우정의 순간이 귀하듯이, 그것을 놓아야 할 때가 오면 그 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는 것도 삶의 한 부분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더라. 근데 그 순간이 실제로는 얼마나 아쉬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영화에서는 시침 뚝 떼고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또한 성숙이라고 말하는 것 같더라.
<일로 일로>는 평범한 이야기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패턴의 이야기다. 진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소니 첸 감독은 뚝심있게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 결론을 짓는다. 그 연출이 너무 자연스럽다. 테레사와 자러,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가 그냥 마음으로 스며든다.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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