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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세 미키오 감독이 1941년에 만든 <버스차장 히데코>는 정말 간결한 이야기. 착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속에 감독의 사회 비판 정신도 오롯이 숨어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참 흐뭇해진다. 10대 중반의 다카미네 히데코의 해맑은 모습과 더불어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이 마음을 참 편하게 해준다. 그리고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긍정적 에너지를 잃지 않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려는 버스차장 코마의 밝은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일하는 버스가 경쟁회사의 최신 버스에 밀려 손님이 없어 코마는 속이 상한다. 어느날 관광버스 안내원에 대한 라디오 방송을 듣고 난 후, 코마는 버스가 지나가는 노선에 있는 중요한 유적을 안내하면서 손님을 유치해 보자고 제안한다. 운전사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버스회사 사장은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어 보이지만 어쨌거나 허락한다. 안내문의 내용은 동네에 와 있는 무명의 작가에게 부탁한다. 코마는 열심히 연습하지만 버스는 사고가 나서 운행을 하지 못하게 된다. 사장은 보험처리가 힘들어지자 화를 내지만 작가가 신문기자를 알고 있다는 소리에 버스를 다시 수리하고 새것처럼 만들어준다. 히데코와 운전사는 희망에 부풀어 버스에 오르고 유적지 안내를 한다. 하지만 사장은 그 수리한 버스를 어느 산골 버스회사에 팔아버린다. 그것도 모르고 내일이면 실직할지도 모르는- 모코와 운전수는 자신들의 버스를 타고 즐겁게 달린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모코의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다. 그녀는 자신이 낸 아이디어가 채택되자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전한다. 하지만 그녀의 도전은 결국 좌절하고 말 것이다. 모코는 모르지만 영화를 본 나는 안다. 그래서 밝고 명랑하게 미소 짓는 모코를 태운 버스의 뒷모습은 쓸쓸해 보이기도 한다. 나루세 미키오 감독은 군국주의의 막장으로 치닫는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젊은이들이 꿈을 찾아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코는 아마 다시 씩씩하게 일어설 것 같다. 극중 주인공 차장의 이름이 모코인데도 제목이 <버스 차장 히데코> 가 된 건 당시 큰 인기를 얻었던 다카미네 히데코 때문이라고 한다. 나루세 미키오 감독은 이 영화 이후 전쟁이 끝날 때 까지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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