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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파치>는 제로니모가 항복한 후 최후까지 저항했던 아파치로 알려진 마사이의 이야기면서,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이 데뷔 첫해에 발표한 3편 가운데 한편이다. 아파치 ‘최후의 전사’이야기가 이제 막 시작하는 감독의 영화라는 것도 꽤 재미있게 느껴진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인과 토착 인디언간의 대결의 막바지쯤이다. 이제 백인은 인디언들을 정복한 상태다. 아파치는 이러한 백인에 끝까지 저항한 인디언 종족으로 나온다. 이 과정에서 저항군(?)이라 할 수 있는 마사이는 플로리다로 보내질 처지에 놓이지만, 탈출에 성공하여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미 그들(아파치)은 백인들의 노역에 종사하거나 혹은 군인이 되거나 그도 아니면 알콜중독자가 되어 살고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비참한 생활을 영위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영화는 마사이가 탈출해서 돌아오는 과정을 공들여 보여준다. 백인들의 도시의 모습. 농사를 지으며 정착해 살고 있는 체로키 인디언과의 만남. 특히 체로키 인디언과의 만남은 마사이의 심리상태가 변할 수 있다는 단서를 제공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그것은 인디언의 운명 및 아파치의 삶의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리고 도착한 아파치의 땅. 그것은 체로키와는 너무 다른 패배의 공간이다.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은 마사이의 여정을 통해 시대의 변화, 문명의 필연화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것을 거부할 것인가? 아니면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판단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생각하기에 인디언을 보호구역이라는 새로운 감옥에 수용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백인과 동등하게 인간으로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미국역사에서 중요한 문제였다고 본다. 그리고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은 이러한 질문을 자신같은 백인이 아닌 인디언의 입장에서 한번 접근해 보고자 생각한 것 같다. 그러므로 알드리치 감독은 인물들을 불필요한 흑백논리에 가두어 소모하는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백인은 악역임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모습으로 그려지지도 않으며, 인디언이라고 해서 모두 선한 존재로 그리지도 않는다. 단지 인물들에겐 나름대로 정당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사이와 시버의 오랜 대결구도가 잔혹한 살육이 아닌 이해를 바탕으로 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특히 마사이의 모습은 아파치적인 남성다움에서 어떤 면에서는 가정적인 남성의 모습으로 변모한다. 이는 사냥에서 농사로 그의 활동영역이 변한다는 것에서도 알수 있지만 더 나아가 알드리치 감독이 인간에 대해 바라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것은 문명화의 과정이라기 보다는 인간의 변화로 보이기도 한다.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은 서부극의 세계에서 사나이들이 화해의 기운을 조금은 엉뚱한데서 찾고 있다. 마사이의 아이의 출산은 직접적인 화해의 계기가 되지만, 그보다는 옥수수 재배가 상징하는 ‘정착’에서 그 화해의 기운을 조심스럽게 품어낸다. 영화속에서 농사를 짓는 체로키는 성공적으로 백인사회에 안착한 것으로 나온다. 그러므로 옥수수는 화합의 다른 이름이며, 또한 생명력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결국 감독은 옥수수 재배를 통한 마사이의 변화를 통해 체로키적인 삶을 인디언들이 받아들여주기를 은연중에 주장한다. 하지만 그 선택의 주체를 백인이 아닌 아파치(인디언)로 설정함으로써 무조건적인 강요에서 벗어난다.
결국 <아파치>는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감독은 미국의 역사속에서 피비린내를 제거하고 인종차별을 극복하는 방법은 서로의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화합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어떤 면에서 이 영화는 상당히 낭만적으로 보여 지기도 한다. 이후 알드리치 감독의 작품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선악 구별의 모호함에 치중하는 반면, 아직까지는 인간이 선한 존재에 더 가깝지 않을까라고 애써 자위하는 모습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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