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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프랭크 시나트라)가 마약 치료를 마치고 커다란 드럼가방을 메고 마을로 다시 돌아왔을 때, 그에겐 꿈으로 가득차 설레이는 마음으로 얼굴엔 희망이 두둥실 피어올라 있었다. 카지노 딜러와 마약중독으로 살았던 시절에는 그 마을은 자신에게 고통만 안겨주었지만, 다시 돌아온 그 마을은 밴드의 오디션에 합격하여 멀리 기적을 울리며 달려오는 기차를 타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간이역의 친근함을 품고 있는 곳으로 변했다.
지금 프랭키는 마약의 유혹도 이겨낼 자신이 있으며, 담배연기 자욱한 삼류카지노의 딜러로 사용하던 황금팔을 드럼 스틱으로 리듬을 맞추는 황금팔로 변화시킬 자신도 있다. 즉, 오토 프레밍거 감독의 <황금팔을 가진 사나이>는 프랭키가 그 희망을 이루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를 보여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프랭키가 그 희망의 열쇠를 꼭 쥘 수 있기를 기원하는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영화 내에서는 그의 희망이 이루어졌는지는 알수 없다.
영화 초반부에 프랭키는 단골 술집에서 과거와 연관된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한결같이 프랭키가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혹을 거절하는 프랭키의 자신감에 약간의 비아냥까지 섞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프랭키를 직접적으로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사람들은 루이일행이 아니라 그의 덜떨어져보이는 친구(이름이 기억이 안나서^^)와 아내 조쉬(엘레노어 파커)이다. 친구가 훔쳐온 양복과 프랭키로 인해 다친 다리가 나았음에도 전혀 치료되지 않은 척 하며 프랭키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조쉬에 의해 프랭키는 과거와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고 만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적(?)이라는 것. 그렇다. 프랭키가 딜러가 되고 마약에 빠진 것도 어쩌면 남이었던 카지노사장과 마약범 때문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조쉬와 그 스스로를 부양하기 위해 일하다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일단 남 탓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과거와 연결된 인연을 과감히 끊지 못하는 것과 마약과 도박을 끊지 못하는 것은 중요한 댓구를 이루는 두가지 요소라고 생각된다. 물론 이 영화가 아내나 친구를 과감히 버리는 냉혈한이 되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러한 비양심적이고 몰상식함을 내포하고 있지도 않다. 문제는 프랭키 스스로 그 자신의 행동에 대한 우유부단함을 어떻게 벗어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영화속에서 몰리(킴 노박)는 직접적으로 프랭키의 우유부단함을 지적하기도 하지 않는가? 오토 프레밍거 감독은 중독보다 무서운 것은 나/개인/인물이 가지고 있는 행위의 책임감에 대한 유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을 그토록 힘겹게 하던 아내가 투신해서 자살할 때 미묘하게나마 프랭키의 표정에서 안도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아내의 행위와 투신은 그의 우유부단함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그는 오히려 또 하나의 죄책감을 뒤집어 쓴 표정이라고 생각했다. 왜곡된 사랑에 중독되어 있던 아내였지만 그녀는 어설프지만 그 모든 계략을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했다는 점에서 프랭키와는 다른 인물이다. 결국 프랭키가 극복해야 했던 것은 마약중독이 아니라 자신의 우유부단함이었다는 것. 그래서 감독은 그가 금단현상을 겪어내는 과정을 그토록 자세히, 고통스럽게, 시간을 들여 묘사했을 것이다. 어쨌든 그는 스스로 이겨내고 있지 않은가? 창문을 부수고 뛰어내릴수도 있고, 까짓거 나무도 된 문도 박살내 버릴수도 있었을텐데...
이제 프랭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내가 죽고 거리를 걷는 프랭키의 표정을 앞서 얘기했지만 또한 그가 뒤따르는 몰리를 한번도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도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그가 마약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 천사의 날개를 달고 있는 듯한 몰리지만 그녀 역시 제2의 조쉬가 되지 말란 법도 없지 않는가? 하지만 몰리는 달려가 프랭키에게 안기지 않음으로써 제2의 조쉬가 되기를 거부한다. 오히려 그를 받쳐주겠다는 듯 당당한 표정으로 나란히 걷는다. 그렇다 그것이 중독에 빠지지 않는 방법이다. 누군가에게 수동적인 존재가 되지 않으려는 태도 말이다. 사랑은 수동적인 구속이 아니라 나란히 걸어가는 것이다. 그들이 나란히 걸어가며 당도하는 곳은 물론 엔딩 크레딧은 아니겠지만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그 팔과 손에 드럼 스틱이 쥐어지고 그 크레딧에 흐르는 수많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고 있는 프랭키 일 것이라고 상상해 보는 것이다.
프랑크 시나트라는 별로 좋아하는 배우는 아닌데 이 영화에서 정말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몰리는 별 매력이 없는 밋밋한 캐릭터라고 생각됐고 킴 노박 역시 두드러지는 매력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프랭키를 억압하는 악녀 조쉬가 더 매력적이었다. 물론 멋들어지게 소화한 엘레노어 파커의 연기력도 한 몫 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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