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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끌로드 소떼 감독의 영화를 볼 때 마다 만족이 큰 편이었어요.
처음 그의 이름을 알게 된 92년 작품 <금지된 사랑>이라든지,
95년 작품 <넬리와 아르노씨>같은 영화는 요란하지 않지만
잔잔하게 심금을 파고드는 영상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그래서 영화감독 소떼 하면 어떤 좋은 영화를 보게 될까 기대하게 되곤 해요.
오늘은 그동안 녹화해 둔 비디오 테이프를 좀 버리려고 뭐가 있나 살펴보다가
EBS에서 녹화해 둔 소떼의 영화 <막스와 고철장수>를 찾았어요.
와~ 하고 놀랐죠. 이걸 녹화했다는 사실 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게 왠 떡이냐 싶어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죠.
사실대로 말한다면 기대가 컸던 탓일까요? 큰 재미는 느끼지 못했어요.
요즘 영화가 호흡이 빠르잖아요. 하지만 1970년에 나온 프랑스 영화는
생각보다 호흡이 느리네요. 한겹 한겹 꼼꼼하게 쌓아가는 인물의 심리는
역시나 명불허전이라고 생각했지만요.
젊은 날의 미셸 삐꼴리 중년의 아름다움 로미 슈나이더
의외로 이 영화에서 악인이라 할 만한 사람은 주인공 막스(미셸 삐꼴리)라고
생각했어요. 형사로서, 실적을 위해서, 하지만 실질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위해
사건을 조작하기도 하니까요.
그의 친구 아벨은 그야말로 희생양이죠. 막스의 성과를 올리기 위한.
그런 점에서 막스는 친구도 이용해 먹는 MB스러운 인간처럼 보여
정나미가 뚝 떨어질려고 할 정도죠. 그러나 주인공은 주인공.
감독이 주인공에게 연민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주인공은
버림받은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결국 마지막 시퀀스에서의 막스의 심리 변화가 마음에 들었어요.
바로 사랑을 선택하는 거 말이죠. 촌스럽고 신파스러워도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막스의 비열함을 알게 된 릴리(로미 슈나이더)는 그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그녀 자신을 위해 희생했는데도 말이죠.
단순한 듯 하면서도 상당히 심리적으로는 복잡해보여요.
친절하게 설명을 해버리는 것도 아니니까 그 결은 보는 관객들이 메꿔야 해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김지운 감독이 리메이크 할려고 했다는 소식이 있네요.
아직 영화로 만들지는 못한 것 같지만, 꽤 김지운 감독과 잘 어울렸을 것 같네요.
혹시 <막스와 고철장수>에 나오는 막스와 릴리의 심리전은
혹시 <달콤한 인생>에서 이미 써 먹은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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