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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나탈리. 선생으로서의 자부심도 있다.
제자 파비앙은 유명 철학자로 성장하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 불만도 없어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불륜을 고백한다.
게다가 제자인 파비앙도 뜻이 맞는 사람들과 무정부주의적 공동체를 형성해 살겠다며 시골로 떠난다.
과거 한때 나탈리도 열정이야 어쨌든 지금은 본인의 가정과 삶이 더 소중해진 나탈리는 갑자기
자신에게 닥친 일들이 혼란스럽다. 파비앙의 공동체로 휴식을 취하러 간다.
나탈리는 공동체와 어울리면서 시간이 쌓이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어떤’ 흐름을 스스로 막고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나탈리는 앞으로 자신의 삶에 다가오는 것들을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결심을 한다.
한때의 열정과 나이 먹는 다는 것
나탈리의 삶을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미아 한센-러브 감독의 섬세하고 꼼꼼한 연출력이 무척 돋보이는 영화다.
<다가오는 것들>은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이 문구는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훌륭하지만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가능한가?’
라는 질문으로 바뀐다. 영화의 초반부에 노동문제, 파업, 공산주의, 자본주의 등 가능한 한 많은 거대담론들이
등장한다. 나탈리는 이 모든 담론들에 대해 젊은 시절 한때 자신도 심취해봤어 라는 입장을 보인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대부분이 무의미한 것으로 변한 상태다.
나탈리는 파비앙의 공동체 마저도 젊은 한때의 혈기 정도로 취급한다.
오히려 남편과의 이혼 문제. 그로 인해 자신이 좋아했던 남편 소유의 별장으로 더 이상 여름 휴가를
가지 못하게 된 상황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된지 오래다.
그녀 역시 영화속의 말마따나 책 속의 활자로만 남은 철학들처럼 박제되어 있었던 셈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안정을 희구하고 현재의 흐름을 보는 눈이 희미해진 것이다.
여류 감독이 보여주는 미세한 울림들
하지만 미아 한센-러브 감독은 나탈리의 삶과 태도를 폄하하지 않는다.
오히려 거대담론이 놓치고 있는 개인을 중심에 놓는다. 즉, 타인의 삶이 아니라 나 자신의 삶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혹시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자기 자신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라면 피비앙의 삶은 한때의 젊은 혈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감독은 삶에 다가오는 가능한 한 변화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겠다는 자각에서부터 자신의 삶을 이해할
가능성이 시작됨을 나탈리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물론 파비앙이 지금은 이렇게 살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는 장면을 통해 온전한 혈기가 지속되지 못하고 박제화되는 것 역시
일상에 있다는 것도 살짝 보여준다. 그래서 더욱 이 영화의 균형감각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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