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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유럽영화

기차의 도착

구름2da 2018. 6. 30. 21:50


뤼미에르 형제가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기차의 모습을 찍은 필름을 상영했을 때, 극장에 있던 관객들은 그야말로 혼비백산이었다고 한다. 실제 기차가 그들에게 달려드는 것으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1895. 영화는 그렇게 탄생했고, 대중앞에 선보였다. 그야말로 스텍터클이다. 영화는 어쩌면 처음부터 서스펜스 스릴러 액션영화로 관객에게 돌진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시간이 흘렀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뤼미에르의 영화가 리얼리즘 영화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리얼리즘은 객관적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앙드레 바쟁 식으로 말하면 현실의 순수한 모방이다. 그리고 뤼미에르의 영화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시작이라고도 한다. 무엇보다도1분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이 순수한 영화체험은 바로 시네마 천국의 시초였던 셈이다.

 

나도 1895년에 그랑 카페에서 영화라는 황홀경을 처음 본 관객처럼 영화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기차가 나를 향해 달려오지만 결코 내게 도달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안다. 게다가 기차는 오른쪽 옆으로 벗어난 채 촬영되어 왼쪽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더더욱 나의 정면으로 돌진해 오지 못한다.


2016년의 관객인 나는 그걸 너무 잘 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솟아나도 내 눈앞의 현실로 뚫고 나오지 못하리라는 것을 잘 안다. 스크린을 뚫고 나오리라는 순진한 환상. 바로 그것이야말로 순수한 영화체험이리라. 그러고 보니 나도 그런 경험이 한 번 있었다. 1985년 부산의 대한극장에서 '그들이' 스크린을 뚫고 나오진 못했지만, 내가 스크린 속으로 들어간 것 마냥 재미있었던 <인디아나 존스>. 그야말로 원초적인 재미의 황홀경이었다. 이후 아주 아주 많은 영화를 보았지만, 다시는 그런 재미는 경험할 수 없었다. 그랑 카페의 그 관객들도 더 이상 혼비백산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를 보며 느끼는 재미의 황홀경은 평생에 딱 한 번 내게 찾아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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