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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멜리에스도 뤼미에르 형제의 필름을 극장에서 보았을 거다. 마술사였던 그는 진짜 마술같았던 그 황홀경에 곧 도취되었을 것이다. “오, 뤼미에르여, 그대들이 진짜 마술사요” 곧 영화가 끝난 후 극장을 나선 멜리에스는 스크린 위에서 마술처럼 점멸하던 장면들과 같은 이미지가 자기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곧 멜리에스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그대로 복사한 영화에 싫증을 났을테고, 마술사라는 직업을 위해 익혀두었던 트릭을 필름에 재현해보았을 것이다. 그렇게 <달세계 여행>은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1902년 세상에 나타난 <달세계 여행>은 두번째 황홍경으로 세계 영화사에 기록되어 있다. 뤼미에르 형제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그대로 필름에 담아, 그야말로 움직이는 사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조르주 멜리에스는 그야말로 영화, 시네마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조르주 멜리에스는 정확히 뤼미에르 형제의 반대말이 되어 영화사에 기록된다. 뤼미에르 형제가 움직이는 사진을 발명했다면, 멜리에스는 그야말로 꿈의 공장 영화를 발명한 것이다. 요즘 말로 기존에 있는 것을 조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든 ‘그야말로’ 창의적 인재였던 셈인가?
<달세계 여행>은 분명 뤼미에르의 필름보다 더 재미있다. 스토리가 있고, 특수효과가 있다. 인간이 꿈에서나 상상했던 세상을 스크린 위에 새겼다. 내게 달나라는 마냥 토끼가 떡방아를 찧으며 살고 있어, 인절미 하나 얻어 먹을 있었으면 하는 세상이었다. 멜리에스가 상상한 달나라는 태고의 원시공간이다. 문명인이라 할 유럽인이 달나라에 도착하니, 마치 아마존의 원주민들 같은 외계인들이 생명을 위협한다.
멜리에스는 스토리와 공간을 창조했다. 스토리에는 어쩔 수 없이 이데올로기가 개입한다. <달세계 여행>에는 19세기와 20세기 초의 세계인 제국주의의 그림자가 제 몸을 숨기지 못한다. 그러나 스토리와 플롯은 힘이 세다. 관객들은 새로운 황홀경의 경험으로 흥분한다.
영화는 조르주 멜리에스로부터 새로운 세계로 진화했다. 마틴 스콜세지가 <휴고>에서 멜리에스를 오마주 한 것도, 그가 단순한 영화적 경험 대신 영화적 재미라는 신세계를 창조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게 영화는 우선 재미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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