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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벨로키오는 이탈리아의 좌파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는 항상 정치를 자신의 영화의 중심부에 둔다고 알려져 있다. 정치와 섹스를 연결하여 사고하는 것은 여러 감독들이 즐겨 차용한 사회비판의 방식이기도 했다.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의 1986년 작품인 <육체의 악마>는 바로 이런 성과 정치를 연결시킨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대표작으로 오르내리는 작품은 아니다.


고등학교 수업시간. 교실 밖으로 보이는 지붕위에 란제리 차림의 한 흑인여인이 미친 듯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이에 학생들뿐만 아니라 주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집에서 나와서 이 광경을 보고 있다. 그들 중에 줄리아가 있다. 교실에 있던 안드레아는 줄리아에게 반해, 그녀를 미행한다. 집을 나선 줄리아는 테러리스트에게 희생당한 아버지의 무덤에 꽃을 바친 후, 법원으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이다. 줄리아의 약혼자가 바로 테러리스트 중의 한명인 지아코모다. 재판도중 감금된 테러리스트 연인이 섹스를 하기 시작하고, 법정은 소란해진다. 그 틈에 줄리아와 안드레아는 만난다. 그들은 곧 섹스에 탐닉하기 시작한다.



마르코 벨로키오의 <육체의 악마>는 주인공인 줄리아의 여정과 심리를 잘 따라가야 한다. 성과 정치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어쨌든 중요한 사건은 줄리아의 자유분방한 일탈과 지아코모의 배신이다. 그는 동료들을 배신하고 풀려난다. 인간이 신념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도 있지만, 배신이라는 무기로 아무렇지 않게 권력에 굴복할 수도 있다. 또한 인간은 정절을 지키겠다는 약속이라고 할 약혼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아무렇지 않게 섹스할 수도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아들의 여자친구에게 성욕을 느끼는 아버지나 며느리가 될 여자의 바람기를 그냥 묵인하고 참아내는 것도 다 인간이다. 이성보다는 육체, 그러니까 쾌락이라는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마는….


112분짜리 영화가 비디오로는 90분이 안된다. 그만큼 많이 잘렸고, 자막도 부실한데다, 화질도 너무 너무 좋지 않은데, 영화도 차츰 차츰 지루해져서 그만 나도 길을 잃어 줄리아의 여정도 심리도 알다가도 모르게 되어 버렸다. 이 비디오는 내가 언제 샀던가? 이 생각만 계속 했다. 물론 이 영화 옛날에 2편 동시상영관에서도 봤던 영화다. 그때는 아예 쿨쿨 잤나 보다. 영화가 첫 시퀀스 정도만 기억이 나고 나머지 부분은 처음 보는 영화 마냥 새로웠다.



개봉 : 1989년 3월 4일 중앙극장 

감독 : 마르코 벨로키오

출연 : 마르슈카 데트머스, 페데리코 피짤리스, 리카르도 데 또레브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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