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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을 다 보고 나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감동받기가 쉽진 않구나. 이냐리투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알 것 같고, 영화의 완성도도 훌륭했다. 하지만 소소한 에피소드 몇 개를 제외하고 이 영화의 거대담론이 내게 감흥을 주진 않았다. 잊혀진 배우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싶어하고, 비상을 꿈꾸는 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줄 수도 있을 테지만, 역시 내겐 너무 익숙한 주제의 변주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버린 탓이다.
그럼에도 몇몇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특히 엠마 스톤이 아버지로 분한 마이클 키튼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 장면, 뭉클했다. 거대 담론을 보며 느끼는 경이감도 좋지만 이런 소소한 순간이나 찰나를 잡은 장면들이 오히려 더 감동적일 때가 많다. 리건(마이클 키튼)은 왜 그렇게 자신의 삶을 예전의 화려한 시절로 돌리려고 애쓰는 걸까? 이미 자신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인정해 버리면 편하지 않을까? 그럼 또 다른 삶이 열릴 기회가 될 수도 있을텐데… 결국 리건이 진짜 총을 쏘고 기절하고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예전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 같지만, 이제 그 인기가 그에게는 전처럼 절대적으로 다가오진 않을 거다. 오히려 그에겐 딸과의 시간이 더 소중하게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을 죽이고 다시 태어나는 것. 마지막 장면에서 딸이 아빠 리건이 추락했다고 생각하고 땅을 보다 하늘을 보며 웃을 때, 그것은 리건이 정신병적 상상의 버드맨이 아니라 진짜 버드맨이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희망의 실현이기 떄문이다.
망나니처럼 보이지만 자기 역할에는 충실한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 처음으로 중요 배역을 맡아 오랜 꿈을 실현했다는 대사를 할 때의 나오미 왓츠의 연기도 훌륭했다고 본다.
개봉 : 2015년 3월 5일
감독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출연 : 마이클 키튼, 에드워드 노튼, 나오미 왓츠, 엠마 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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