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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사막에서 연어낚시>를 보고 나면 마음이 잔잔해지면서 편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쳇바퀴 돌아가듯 흘러가는 일상이 만들어내는 삶에서 한번쯤은 불가능해 보이는 어떤 것을 꿈꾸어보자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사막에서 연어낚시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거 말이다. 분명 불가능해 보인다. 영화라는 공간 속에서만 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꿈 꿀 권리마저 포기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불가능해 보이는 꿈은 계속 실마리를 찾아 타래를 만들고, 그런 과정 속에서 긍정적인 믿음이 조금씩 쌓여간다. 그런 상상이야 말로 어쩌면 먹고 살기 위한 다람쥐 쳇바퀴 속에서 잠시 동안의 일탈이 되어 휴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말이다. 꿈을 상상해보는 것. 그래서 현실의 삶에 좀 더 넉넉한 마음의 여유를 보태는 것이야말로 <사막에서 연어낚시>를 보는 동안 내 마음에 와 닿았던 힐링의 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소심하고 내성적으로 보이는 알프레드 존스 박사(이완 맥그리거). 그는 해리엇 탈봇(에밀리 블런트)이라는 컨설팅 회사의 직원으로부터, 예멘의 왕자가 기획한 사막에 연어를 살게 하고 싶다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달라는 제의를 받게 된다. 알프레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유권자를 의식한 정부의 재촉에 의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결국 그는 고군분투 속에서 사막에 연어가 살 수 있게 하는 것에 성공한다. 그 과정에서 해리엇과의 사랑도 키워간다.
이 영화를 지배하고 있는 정서는 바로 여유와 관조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이 영화에서 낚시하는 장면으로 나타난다. 여유와 관조는 낚시의 미덕 같은 거다. 현대 사회가 시간을 재단하고 속도로 경쟁하는 삶을 요구하지만, 낚시에서 한 마리의 물고기를 기다리는 순간처럼, 재단할 수 없는 것이 더 풍부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예상 가능하게 진행된다. 그렇지만 영화가 편하게 다가온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이렇게 일이 하나씩 진행될 때마다 인간적인 감성도 풍부해진다는 것이다. 살기 위해 하루하루 아둥바둥 하다보면 나 자신은 없어지고 만다. 나는 어디에? 내 꿈은 어디에?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한 다람쥐 쳇바퀴야말로 생존의 조건이기 때문에 그걸 부정하지도 폄하하지도 말자. 그러나 한번쯤은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꾸어야 한다. 그리고 조금씩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 영화 속에 나오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아니어도 좋다. 음치라면 가수처럼 노래를 잘하게 되는 것을, 몸치라면 댄서처럼 춤추게 되는 것을, 비만이라면 날씬해지는 것을 꿈꾸어 볼 수도 있다.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사막에서 연어낚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꿈을 꾸라는 것이다.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알프레드 존스와 해리엇 탈봇에게 한 마리 연어가 다시 꿈 꿀 수 있는 기회를 주듯,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꿈 꿀 자유를 줘야 하지 않을까? 이 영화에 걸작이니 완성도니 하는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다. 내겐 그냥 마음이 편해지는 힐링 영화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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