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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 Loulou 



모리스 삐알라 감독이 1980년에 발표한 <룰루 loulou>를 보면서 젊은이들의 고민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다지 변한 것이 없구나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만약 룰루와 똑같은 내용을 제라르 드빠르디유와 이자벨 위페르 대신 티모시 샬라메와 시얼사 로넌을 캐스팅해서 요즘의 공간과 의상을 입고 똑같은 대사로 다시 촬영해도 21세기의 젊은이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화로 충분히 공감을 얻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상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인가 보다. 단지 주위의 공간과 사상은 변할지라도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은 여전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일상을 다루는 것으로 유명한 홍상수의 영화를 30년이 지난 후에 보게 되어도 어떻게 저렇게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냐?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긴 그러니 고전이 존재하는 것이겠지. 보편적인 질문은 시대를 넘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나 보다.



그러므로 나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내러티브의 문제보다는 결론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영화제목이 룰루인 것을 보면 룰루라는 인물의 행동과 심리변화에 주목해야 하는가 보다 했지만 의외로 영화는 20대의 이자벨 위페르가 연기하고 있는 넬리라는 인물의 동기와 행동과 심리변화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결국 영화는 그녀가 조건 좋은 남자친구를 버리고 건달인 룰루를 선택했는지, 그들의 사랑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사랑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지려는지 등등.


영화는 넬리와 룰루가 동거하는 모습과 함께 주변 인물들을 스케치한다. 먼저 다양한 친구들의 모습은 동시대 다양한 젊은 군상들의 모습이면서 당대 프랑스 젊은이들의 가치관에 대해 보여주는 구성이다. 그러다가 룰루와 넬리의 가족을 슬쩍 보여주면서 은근히 계급(?)의 문제를 건드린다. 넬리의 오빠를 통해 넬리가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여성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 후 바로 하층 계급(?)으로 보이는 룰루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넬리는 처음으로 이질감을 느낀다. 그녀는 곧바로 아이를 낙태한다.



넬리의 낙태의 이유에 대해 영화에서는 설명을 하진 않는다. 룰루는 아이가 태어나면 직업을 구하고 새 출발 하겠다고 얘기하곤 했지만, 낙태로 구심점을 잃어버린다. 넬리는 왜 낙태를 선택했을까? 넬리는 룰루의 가족을 통해 그들의 결합이 불가능함을 느낀 것일까? 헤어지려고 하는 수순인가? 영화가 끝날 때 까지 두 사람은 헤어지지는 않는다. 모리스 삐알라 감독은 두 사람의 운명을 관객에게 맡기고 있다. 헤어졌을지? 아니면 여전히 같이 살게 될지? 그것은 관객의 가치관이 결정할 문제인 것이다.


어쨌든 나는 마지막 장면이 하게 다가왔다. 아이가 태어나면 직업을 갖겠다는데, 새 출발하겠다는데, 그런데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 룰루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술에 취한 룰루를 부축하는 넬리의 왜소한 어깨 역시 하다. 영화는 그렇게 갑작스럽게 끝난다.



애정의 위기를 그들은 잘 극복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모리스 삐알라 감독은 마치 계급의 문제가 관계에서 이렇게 중요하다는 듯이 말하는 척 하면서 실은 알고 보면 그것은 쥐꼬리에 불과하고 신뢰의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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