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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더 댄 밤즈 Louder Than Bombs
아내이면서 엄마이기도 한 이사벨은 성공한 종군사진작가이기도 하다. 그녀의 죽음은 가족에게 큰 상실감을 안겼다. 특히 막내아들 콘래드는 사춘기가 겹치면서 방황을 한다. 사실 이사벨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자살이다. 그 사실을 신문에 추모기사로 내려는 상황에서 아버지는 콘래드에게 밝히고자 하지만 지체되기만 한다. 그리고 어느덧 신문에 기사가 난다. 엄마의 죽음의 비밀을 알게 된 콘래드는 방황을 끝낸다.
아내이자 엄마의 죽음 이후 가족에게 찾아온 트라우마를 각 개인의 입장에서 세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라우더 댄 밤즈>에서 가족은 사랑으로 이루어진 공간이지만, 안식처로만 남기에는 가족 대신 한 개인으로서의 정체성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 같다. 이사벨은 성공한 사진작가이지만, 몇 달 동안 집을 떠나 출장을 갔다 오면 집이라는 공간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에 무력감을 느낀다. 그렇다고 가족과의 관계가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사회적 성공과 존경이 가족에게서 느끼는 소외는 채워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가족 혹은 집이라는 공간이 그녀를 계속 머물게 하지 못하고 떠나게 하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새롭게 가족을 구성한 큰 아들 조나는 처음으로 그런 어머니의 본 모습을 본다. 어머니의 작업인 사진을 통해 그는 어머니의 실체와 마주한다. 어머니는 엄마이면서 여자였음을 알게 된다. 조나는 가족을 만든 후/ 아기가 태어난 후 뭔가 모를 불안함을 느끼고 어머니의 사진 작업 정리를 핑계로 아내와 아기의 곁을 잠시 떠난 후 돌아가기를 주저한다. 역시 가족이라는 공간이 그에게 백퍼센트 안식처가 아닌 셈이다. 그러므로 그는 엄마를 더 이해하는 캐릭터가 된다.
콘래드는 엄마의 부재를 감당하기엔 아직 어리다. 가족들 역시 그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엄마의 자살을 숨긴다. 결국 그는 편의점 가판대의 신문에서 진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짝사랑 하는 여자애와 걸어오면서 삶의 여러 형태/화요일에 점심 먹자고 하지만 곧 월요일이 되면 여자아이는 그 사실을 잊어버릴 것이라는 등/ 자신의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통해 스스로 성숙한다.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힘이야말로 성숙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엄마 이사벨은 전쟁터의 진실을 담기 위해 일한다. 참상을 알리는 방법도 폭탄이 터지고 난 후의 모습을 통해 더 진실 되게 전달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결국 사건이 일어나고 난 이후가 진짜라는 듯이 말이다. 엄마의 죽음이 일어나고 난 후에 아버지와 조나와 콘래드는 본연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듯이 말이다. 결국 엄마는 사진으로 자신과 마주했다. 그리고 먼 타국에서 바람을 피워도 본국에서는 엄마로서/ 아내로서 충실하고 싶어 했다. 그것이 실현 불가능함을 알고 난 후 어쩌면 이사벨은 자살을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극복해야 한다. 진실과 마주하고/ 폭탄이 터지고 난 후 죽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요아킴 감독은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삶이라는 것. 영화의 처음과 시작은 아이의 탄생과 그 아이를 보러가는 여정이다. 그 속에서 콘래드는 아이의 모습이 늙은이의 모습이 되어 나타나는 꿈을 꾼다. 태어나고 늙는 것. 삶은 그렇게 지속되고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말함이 아닐는지.
콘래드는 자기가 짝사랑하던 여자아이가 원초적인 모습으로 소변을 누는 장면을 보면서, 흘러내리는 오줌 줄기를 보며 눈물을 짓는다. 이는 곧 그가 신화적인 상태에서 엄마라는 이름에 가두려고 했던 이사벨을 한 명의 여자로서 보게 되었다는 뜻일거다. 그는 엄마가 자살할 수밖에 없었던 외로움을 이해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평온하게 집으로 돌아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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