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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제3세계 영화

네루다 Neruda

구름2da 2020. 4. 22. 01:01



칠레의 민중 시인 네루다와 그를 쫒는 형사 오스카의 이야기. 영화를 보고 있자면 희한하게도 네루다보다는 공안 형사 오스카에게 동화되기 시작한다. 민중을 외치는 코뮤니스트지만 네루다는 19세기적 귀족주의의 향기가 남아있어 뭔가 괴리감이 느껴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디선가 댓글을 보니 네루다를 강남좌파라고 표현하기도 했던데, 왠지 어울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네루다와 같은 삶이 아니라 오스카 같은 삶을 살고 있고 감독인 파블로 라라인 역시 영화 타이틀은 네루다를 내세우지만, 결국 질 수밖에 없는 일개 시민인 오스카의 삶에 더 다가가고자 했던 것은 아닐었을런지. 어떻게 보면 오스카의 삶은 한낱 모래 한 알의 티가 되어 사라질 삶이다. 자신이 아무리 주연이라 우겨도 결국엔 조연이다. 하지만 오스카와 같은 운명의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언젠가는 평등해진다고 사회주의 운동을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평등이라는 것이 그들이 그토록 경멸해마지 않던 귀족의 삶으로 자신의 삶을 비약시키는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형태의 귀족이 되어 지배하는 위치가 되고자 한다는 것. 감독은 그렇게 평등이라는 것이 사회과학서적에 박제되어 현실로 튀어나오지 못하는 모순을 집어낸다. 그래서 어떤 여자가 네루다에게 평등해지는 것이냐고 질문할 때 네루다가 그렇다는 대답을 쉽게 하지 못하고 오직 여자의 희망을 저버릴 수 없어 거짓으로 그렇다고 말할 때 이 영화는 그 모든 걸 말하고 있는 셈이다.




네루다는 자신의 모순을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는 여전히 귀족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 것이며 그에게서 나온 휘황찬란한 말솜씨와 글발은 그를 민중의 기사로 만들어 줄 것이며, 사람들은 그 속삭임에 도취될 것이다. 한명의 영웅을 위해 모든 사람들은 조연이 되어야 하는 것이 삶이다. 영화는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그를 살리기 위해 감옥에 가고 희생을 하고 그를 숨겨주며 위험을 감수했지만, 결국 그는 파리에서 창녀들의 치마폭에서 쾌락을 즐기며 살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그런 것이다. 그러니 겉으로 보이는 삶과 이미지에 지나치게 경도되지 말아야 하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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