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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


신상옥 감독의 1968년 작품. 가문의 출세를 위해 딸을 후궁으로 들여보내려는 김참판. 하지만 딸 자옥은 이미 사랑하는 사람 정호가 있다. 하지만 권세와 권력욕에 사로잡힌 아버지는 기어코 자옥의 남친을 내시로 만들고 자옥을 후궁으로 보낸다. 그러나 왕은 김참판을 조롱하듯 자옥을 멀리하고, 내시로 들어온 정호는 자옥과 궁궐을 탈출하려고 시도하지만 내시감에 붙잡히고 마는데...

 

60년대 후반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내면에 있는 사랑과 그에 수반되는 욕망을 대담하게 구성한다. 영화적 재미를 위해 구중궁궐에서 일어날법한 자극적인 사건들을 전시하는데, 이것이 난잡하게 느껴지지 않고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면서 신상옥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특히 연기가 훌륭한데, 주연인 신성일과 윤정희보다는 조연들의 연기가 좋다. 내시와 상궁들을 무표정하게 연출함으로써 그들의 그저 살아있는 마네킹임을 강조하는데, 박노식, 한은진, 도금봉같은 중견배우들이 그 무표정을 미세하게 잘 표현하면서 그들의 내면연기가 영화를 많이 살리고 있다.

 

한명의 남자를 위해 다른 사람들의 인간성을 말살하는 시대를 통해 비인간성을 꼬집기도 하는데, 에둘러보면 당시 박정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신상옥 감독이 박정희에게 끈을 대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면 사실인데, 신상옥 개인으로서는 박정희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권력과 나라에 대한 아니꼬움이 있었던 모양.

 

개봉 : 19681211일 국도극장

감독 : 신상옥

출연 : 신성일, 윤정희, 남궁원, 박노식, 도금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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