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너 또한 별이 되어 - 이장호 감독의 공포영화




주택복권에 당첨된 회사원 상규. 교외에 집을 마련해 이사한다. 어디선가 나비 한마리가 날아온다. 행복한 생활도 잠시. 어느날 밤 외동딸 윤정이 발작을 일으킨다. 온갖 검사를 해봐도 원인을 알 수 없자 제주도로 휴양을 떠난다. 홀로 있는 상규는 접근해오는 미우라는 젊은 여자를 거부하지 못한다. 돌아온 윤정이 다시 악령에 빙의되자 영국 심령학회에서 신부가 파견된다. 퇴마의식중 상규는 다락에서 시체를 발견하고 미우는 남자 때문에 불행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다. 결국 미우는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나비가 되어 떠나고 윤정은 회복된다.

 

이장호 감독의 세번째 연출작 <너 또한 별이 되어>는 한편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 분명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만약 엑소시스트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한국식 귀신영화들의 자장안에서 만들어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소복과 긴 머리를 당대의 옷차림으로 변화시킨 것 외에 한국 귀신영화의 현대화를 이끌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하지만 그 방법에 오리지널리티가 부족한 것은 아쉬움이다. 지나치게 <엑소시스트>를 차용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지금은 중견배우가 된 윤유선의 연기도 좋다. 6~7살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꼬마 윤유선이 악령에 빙의된 연기를 너무 천연스럽게 잘 한다. 그리고 귀신 미우를 연기한 이영옥의 연기도 마음에 들었다. 젊은 여성을 연기할때는 청순하고 해맑음이 느껴지고, 남자에게 농락당하는 여자의 모습은 신파스럽고 비극적으로 표현한다.

 

평범한 소시민이 주택복권이라는 행운으로 꿈에 그리는 내집을 마련하자 귀신이 찾아온다는 설정을 보다 보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새마을 운동시절 근면성실하게 일해서 획득한 집이 아니라서인지. 왜 그 가족이 그 고통을 당해야 하는 지 안타깝기도 하고, 이순재가 연기한 박사가 퇴마를 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굳이 영국인 신부가 퇴마에 성공한다는 설정도 아쉽더라. 그 시절엔 서구가 그렇게 대단했던 모양. 혈기 넘치는 한국의 30대 젊음 이장호조차 엑소시스트와 서구지향을 벗어나지 못한 것일지도. 하지만 영화에는 여전히 이장호다움이 있다. 오리지널리티는 약하지만 영화 소재의 확장을 비롯 음악이나 편집 등 스타일적인 면에서도 일반적인 당대의 영화에 비해 세련됨도 느껴진다


개봉 : 1975년 8월 23일 중앙극장

감독 : 이장호

출연 : 신성일, 이영옥, 윤유선, 우연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