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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내린 비 - 이장호 감독이 연출한 이복 형제의 비극


첩의 자식인 대학생 영후는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다정한 큰어머니와 1년 어린 배다른 동생 영욱을 만난다. 영욱에게는 여자친구 민정이 있다. 그 사실을 모른 채 영후는 민정에게 추근대다 둘의 사이가 깊어진다. 어느날 영후는 민정이 동생 영욱의 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헤어지려고 하나, 민정은 자기가 사랑하는 것은 영후라고 말한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되고 영후의 아이까지 임신한 민정을 위해 영욱은 물러나기로 결심하지만, 영후의 위악에 치를 떨며 민정과 함께 자살한다.


<별들의 고향>으로 성공적으로 데뷔했던 이장호 감독이 두 번째로 만든 영화로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다. 예의 70년대 이장호 감독 영화답게 어지러운(?) 편집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러한 이장호 감독의 실험성은 당시 대부분의 주류 한국 영화가 진부함의 늪에 빠져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그가 얼마나 영상미에 대해 고민했던 젊은이였나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작인 <별들의 고향>과 마찬가지로 음악에 상당히 공을 들여 윤형주의 주제가나 여타 음악들이 정말 좋다.


<어제 내린 비>는 김희라가 연기한 영후, 이영호가 연기한 영욱, 안인숙이 연기한 민정이 공동 주연이지만 결국 이야기의 중심은 영후다. 그는 첩의 자식이라는 출생신분이 있다. 그래서 그는 위악을 떤다. 그런데 그의 위악은 비극을 불러온다. 동생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것이다. 이장호 감독은 왜 영후가 이런 위악을 떨고, 결국 제대로 자신의 삶을 이 시대속에 심어내지 못하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는건 아닐까 싶다. 마지막 장면에서 친어머니 도금봉과 친아버지최불암, 새어머니 주증녀는 그야말로 편하게 잠자는 모습으로 인서트된다. 그런데 이들은 영후의 마음에 생채기를 심어놓은 장본인들이다. 넓게 생각해보면 젊은이들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당대의 기성세대일 수 있는 것이다. 영후는 쫓기듯 도망가고 그들은 편하게 잠잔다. 1970년대 젊은이들의 허무함을 느끼게 하는 영화라고나 할까.


개봉 : 1975년 1월 1일 국도극장

감독 : 이장호

출연 : 김희라, 안인숙, 이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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