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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플레이어 원 Ready Player One - 80년대 대중문화가 즐거운 블록버스터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을 너무 즐겁게 볼 수 있었던 건 이 영화에 80년대의 대중문화가 너무 멋지게 녹아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주인공이 에그를 찾고, 영화팬들이 이스터 에그를 찾듯이, 나는 이 영화안에 숨어있는 70년대와 80년대 영화와 팝의 흔적을 찾았다. 너무 쉽게 드러난 장면들도, 혹시 이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게 만들었던 장면들도 즐거웠다.
그러므로 내게 <레디 플레이어 원>은 추억팔이 혹은 감성팔이 영화의 모양새이긴 하지만, 그 시절 <인디아나 존스>를 부산 서면에 있던 대한극장에서 이틀에 한번 꼴로 가서 8번을 보고, <백 투 더 퓨쳐>를 부산 남포동에 있었던 부영극장 2층 가장 앞자리에 앉아서 연달아 두 번 보고 나왔던 그때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90년대 후반에 제임스 카메론이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으며 “내가 세상의 왕”이라고 했지만, 스티븐 스필버그는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세상의 왕’이었다.
조금 더 놀라운 것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노년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현실 대중문화의 트렌드를 기가 막히게 흡수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런데 그 비밀을 <레디 플레이어 원>에 이스터 에그처럼 숨겨두고 있다고 봤다. 바로 소렌토가 웨이드와 존 휴즈의 영화 <블랙퍼스트 클럽>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소렌토에게 정보를 알려주던 직원이 있듯이 스필버그도 그렇게 도움을 받았던게 아닐까 싶더라.
또 하나 더. 이제는 지는 태양이라 할 일본에 대한 애정이 여전하구나 싶었다. 이 영화가 기획될 쯤이라면 거대한 중국시장을 겨냥해 중국인으로 설정했을 법한데도 말이다. 구로사와 아키라를 추종했던 그답게 여전히 일본 덕후가 맞구나 싶기도 하고.
영화 수록곡 new order의 <blue monday> 뮤직비디오
몇가지 더 살펴보면, 영화안에서 왜 악당의 이름은 놀란이며 그의 아바타는 슈퍼맨의 머리모양을 흉내내고 있는가다. 크리스토퍼 놀란과 무슨 견원지간인가 싶기도 하고, 슈퍼맨을 싫어하나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웨이드의 차가 직접적으로 백 투더 퓨쳐의 마티의 차여서 반가웠고, 혹시 H의 아바타는 구니즈의 그 괴물을 모티브로 한 건 아니었을는지 싶고, 영화를 보다 조지 마이클의 <faith>, 뉴오더의 <blue monday>를 들을 수 있어 좋았는데, 두란 두란까지 나오니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뭔가 대단한 영화를 봤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뭔가 대단한 추억을 즐겼다는 느낌은 충분했다.
그 시절 두란두란의 노래 <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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