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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왕 - 이두삼이라는 마약왕을 통해 본 70년대


영화 <마약왕>2015<내부자들>로 멋지게 홈런을 날렸던 우민호 감독이 그 여세를 몰아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었을 것 같은 영화 <마약왕>으로 2018년 연말 다시 한번 홈런을 날리려고 했지만 결국 파울에 그치고 만 영화다.

 

사실 소재로만 봤을 때는 꽤 흥미진진한 내용이었다. 1970년대라는 드라마틱한 시대. 박정희를 비롯한 정치인들의 부패와 패덕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시절이며, 수출만이 살 길이라며 국민들을 옭아매고 있을 때, ‘일본에 마약을 수출해서 돈도 벌고 애국도 하겠다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말이 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 ‘돈을 아무러 처 먹어도 냄새가 안나라는 대사로 그 시절을 조리돌림해버리는 상쾌함까지 있다.



우민호 감독의 <마약왕>은 보는 동안에는 재미가 없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하지만 희안하게도 새로움은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좋은 소재를 가지고도 말이다. 이두삼이라는 막가파식 인물의 인생역정을 그리는데도 불구하고 그 인물에게 임팩트를 강하게 느끼기는 힘들다. 그가 마약왕이 되기까지의 과정도 뭔가 어설프게 다루어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내용상 이두삼이 그 시절의 한가닥했다는 강한 인물들을 차례로 만나고 있지만, 그들 사이에서 희한하게도 긴장감이 형성되어 사건이 진행되지 못하는 편이다. 김인구 검사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라서 그 대결이 밋밋하게 느껴진다.


결국 우민호 감독은 이두삼이라는 인물탐구보다는 70년대라는 시대의 재현과 그 시대의 부패에 더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가장 기본이라 할 인물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면서 사회비판이라는 큰 그림도 그리지 못한 건 아닌가 싶다. 촘촘하지 못한 그물에서 물고기들은 언제라도 빠져나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된 <마약왕>에서 송강호의 연기가 같이 휘발되어 버리는 것 같아 그의 열연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개봉 : 2018년 12월 19일

감독 : 우민호

출연 : 송강호, 배두나, 조정석, 김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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