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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신연 감독의 2013년 작품 <용의자>는 '진짜' 재미 하나는 끝내준다고 할 만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폴 그린그래스의 <본 시리즈>의 냄새를 지나치게 풍기긴 하지만, 그것이 액션 영화로서 이 영화가 가진 미덕을 갉아먹을 정도는 아니다. 단순하게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표절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미 이런 <본 슈프리머시>풍의 액션은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시리즈>도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 있고, 그린그래스의 <본 시리즈>조차 이전의 영화 <야마카시>에서 볼 수 있었던 파쿠르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해 버리고 원신연 감독은 본 시리즈 3부작을 철저하게 분석한 것 같고, 본 시리즈가 보여주었던 액션장면들이 어떻게 극적인 효과를 발휘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지를 정확하게 분석한 듯 보여서 더 괜찮게 보았다. 어설픈 모방이 아니니까 말이다. 여기에 스토리의 구성과 인물을 탈북자라는 한국적 상황을 가져온 것이 성공의 요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북한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간첩의 혐의도 같이 받고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실제적으로도 마이크로 칩이라는 예전의 상황을 가져온 것도, 그것이 메밀의 원자구조와 비슷한 어떤 무기의 개발이라는 설정도 흥미로웠다. 분명 고민을 많이 한 부분으로 보였다. 그러니까 스타일은 본 시리즈를 빌려오지만 내용은 한국적 액션영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고나 할까. 게다가 국정원과 기무사라는 두 권력 세력의 다툼을 보여준다거나, 북한과 남한이라는 구조속에서 분명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세력이 있을 거라는 설정도 분명 있을 법하고 말이다. 북한 특수공작원 출신이므로 본을 능가하는 무술실력과 머리를 겸비했다는 것도 괜찮고 말이다. 그러므로 스토리도 상당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 결국 이 영화는 본 시리즈의 스타일을 빌려왔지만 나름대로 한국적으로 응용하는데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음악만큼은 따라하지 말아야 했던 것은 아닐는지. 음악마저 너무 본 시리즈와 유사해서 결국 이 영화가 본의 모방작이라거나 표절작이라는 오해를 살만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긴박감을 강조하는 음악은 이 영화의 흥미로움을 배가시키기는 하지만, 오리지널리티를 지나치게 상실해서 영화보다는 음악이 표절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나는 라이센스를 사와서 썼나 싶어서 엔딩에서 음악을 누가 했는지 유심히 봤을 정도였다.  


개봉 : 20131224

감독 : 원신연

출연 : 공유, 박희순, 조성하, 김성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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