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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한척이 안개를 뚫고 해안가로 오고 있는데, 배 안의 사람들은 다 목에 물린 자국이 있다. 미국에 유학중인 성혜가 갑자기 귀국한다. 겁에 질려 있는 성혜를 약혼자이자 의사인 장충환이 치료하고자 하지만 원인을 알지 못한다. 어느날부터 목에 이빨 자국이 난 채 피를 빨린 시체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알고 보니 배를 타고 들어온 드라큐라의 소행이다. 드라큐라는 성혜를 따라 왔던 것, 성혜마저 드라큐라에게 물려 흡혈귀가 되자 장충환은 결심을 하는데, 결국 드라큐라는 십자가도 마늘도 소용없자 스님의 염주에 의해 퇴치된다.

 

서구의 고전인 F.W.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를 번안해서 영화를 만들었는데, 한국의 장의사나 스님이 등장하니 뭔가 친근감도 느껴진다. 드라큐라 캐릭터는 토드 브라우닝의 <드라큐라>에서 그대로 가져온다.

 

1980년대 초반은 여전히 한국영화가 불황에 시달리고 있던 시기다. 이형표 감독이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히트한 크리스토퍼 리 주연의 <괴인 드라큐라>를 본 따 스님을 등장시키는 한국적 상황으로 변형시켜 한국영화를 외면하는 관객을 극장으로 끌여들이고 싶었을 것 같긴 한데, 제작비의 부족이 원인이라 하더라도 만듦새는 좀 성의가 없어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용만 놓고 보자면 충분히 흥미를 느낄 만 했다.


드라큐라와 스님의 대결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인 십자가와 마늘에 의해 퇴치되는 드라큐라라는 이미지는 이 영화에서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재미있고, 특히 드라큐라가 스님의 염주에 의해 퇴치되는 장면은 꽤 코믹하면서도  괜찮은 장면이었다. 드라큐라가 서구에서 유입된 나쁜 바이러스를 상징하다면 그것의 치유는 한국적인 전통소재에서 찾아야 한다고 해석할 만한 여지도 있다.

 

<관속의 드라큐라>는 망작이라고 할 것 까진 없다. 만듦새가 세련되지 못해 호불호는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한국에 온 드라큐라는 십자가로 상징되는 기독교 대신 불교의 염주로 물리쳤지만, 이형표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서 십자가를 클로즈업하면서 기독교의 손을 들어준다. 이런 편집이라면 관객의 뇌리에는 십자가만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물리친 것 염주. 그 공은 십자가가 가져간 셈이다



개봉 : 1982년 6월 25일 스카라극장

감독 : 이형표

출연 : 박지훈, 켄 크리스토프, 강용석, 박양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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