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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아르테미스>의 호텔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 <존 윅>에서 킬러들이 모이는 호텔이 생각난다. 철저하게 룰을 지키는 호텔이란 그 룰이 깨지는 순간부터는 존재가치가 없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영화라는 게 갈등이라는 걸 위해 존재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당연히 이 영화는 그 룰에 균열을 일으키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다.
가까운 미래. 수도가 민영화되고 물에 대한 통제권이 개인에게 넘어가면서 폭동이 일어난다. 이 틈에 은행을 털던 강도가 위기에 처하자 호텔 아르테미스로 피신한다. 간호사인 진은 악당들을 치료하며 호텔을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녀는 아들이 죽은 후 몇 십 년째 밖으로 나가지 않고 호텔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부상을 당한 경찰이 들여보내 줄 것을 요청한다. 규칙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진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들어오게 한다. 그 경찰은 바로 아들의 친구였던 것. 이 와중에 호텔의 실질적 소유주인 갱이 보스 나이아가라가 부상을 입고 들어오려 한다. 이미 그 곳에는 그의 목숨을 노리는 킬러 니스가 잠입해 있는 상태다. 과연 진은 이 소용돌이를 잘 수습할 수 있을까?
드류 피어스가 감독한 <호텔 아르테미스>는 조디 포스터가 연기한 진을 비롯 연기력 있는 배우들이 각각 인물을 잘 소화하면서 배우를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반면 진의 갈등의 원천인 아들을 죽인 자가 호텔의 실질적 소유주이자 자신의 보스인 나이아가라였다든지, 덜떨어진 그의 아들, 좌충우돌하는 동생을 가진 형. 보스를 죽이려는 킬러라는 캐릭터는 평범해서 액션 영화로서의 박력은 조금 부족해 보인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무덤덤한 액션과 예상 가능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스토리의 진부함에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다보니 룰이 깨지면서 뭔가 크게 한방 터졌어야 할 액션 시퀀스가 폭발하지 못한 채 불꽃이 사그라들고 말았다.
그럼에도 나는 몇 개의 연결고리로 해서 데이빗 핀처의 영화 <패닉룸>이 연상되기도 했고, 밖으로 나온 조디 포스터를 보고 있으면 그녀가 드디어 패닉룸에서 탈출했다는 상상을 해보는 것도 즐거웠다. 조디 포스터가 자신의 두려움을 떨치고 밖으로 나와서 자신의 안위보다는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도덕적 결말이 진부하긴 해도 마음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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