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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60년대의 작품이다. 그만큼 <테오레마>는 파졸리니 감독의 주제의식이 또렷이 그리고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작품이다. 파졸리니 감독은 이 영화를 일종의 회상형식으로 구성한다. 뚜렷하게 회상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첫 시퀀스를 보면 사장이 갑자기 노동자들에게 회사를 양도했다는 것과 그에 대한 설왕설래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어떤 대답도 없이 평온한 사장의 집으로 이동한다. 일단 이 가정을 파졸리니 식으로 부르주아 가정이라고 해두자.

 

사장 파올로는 아버지이기도 하다. 아내와 아들, 딸이 있다. 행복한 부르주아 가정이다. 어느날 잘생긴 젊은 청년이 손님으로 찾아온다. 이때부터 집안의 모든 구성원은 이 청년에게 빠져든다. 하녀 에밀리아, 아내 루시아, 딸 오데타뿐만 아니라 같은 남성인 아들 피에트르, 사장 파올로까지 그에게 빠져들고 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리고 손님은 집을 떠난다. 그가 없는 상실감은 집 안 전체를 감싼다. 하녀는 집을 나가서 신을 받아들이고 성녀가 된다. 딸은 실어증에 걸려 병원에 실려 간다. 아내와 아들은 방황한다. 그리고 아버지이자 남편이자 자본주의 사회의 최고봉 사장인 파올로는 모든 걸 내던진다. 마지막으로 남은 옷까지 벗어버리고 광야를 헤멘다.

 

정말 강렬하다. 파졸리니의 영화는 표현이 좀 센 편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자극적인 표현을 줄인 대신 내용이 날카롭고 직설적이다. 그야말로 자본주의의 최첨단 부르주아 가정을 무자비하게 깨버린다. 여기에는 동정심 따위는 개입하지 않는다. 어쩌면 테렌스 스템프가 연기한 방문자는 파졸리니 자신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만큼 자본주의적 기존 질서에 반항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 모든 사단의 꼭대기에는 가부장으로서의 아버지라는 존재가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아버지의 고난의 행군일 것이다. 부르주아 가정을 과감하게 버린 하녀가 성녀가 된다면, 부르주아 가정의 중심인 아버지는 참회의 길을 떠나야 할 것이다.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의 <테오레마>의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한 대상에게 반한다는 설정은 하길종 감독이 자신의 데뷔작 <화분>에서. 프랑소와 오종 감독이 자신의 데뷔작 <시트콤>에서 아주 적절하게 활용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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