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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감독의 1979년 작품 <도시의 사냥꾼>은 조금 실망한 작품이 되었다. 그런데 1979년 영화평론가들이 뽑은 한국영화 베스트에서 많은 표를 받은 걸 보면 괜찮은 작품인 듯 싶기도 한데, 일단 러닝타임이 비디오판이 Kmdb에 나와 있는 것 보다 30여분이나 짧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한 에피소드 정도는 훌러덩 날아갈 시간이니 말이다. 그래서 스토리가 뭔가 허전한가 싶기도 하지만 확인할 방법은 지금으로서는 없다.

 

새벽의 동물원 중년 남녀가 서로 만난다. 이 꼭두새벽에 그들은 왜 동물원에서 서성이고 있는 건가? 그리고 서로 친근함을 느끼고 그냥 헤어진다. 바로 승혜(정윤희)와 현국(신성일)이다

 

승혜의 남편은 성공한 사업가다. 그러나 남편으로는 불합격이다. 그는 항상 바람을 피운다. 바람을 피우며 낳은 자신의 아이가 죽어도 모른척이다. 승혜는 그런 비인간적인 남편과 별거중이다. 이혼은 하지 못한다. 남편이 사회적 체면 운운하고 있기 때문이고, 승혜 자신도 머뭇거리는 걸로 보인다. 왜 그녀는 머뭇거리는가?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기독교적으로 청교도적으로 컸다고 말해지고 있다.

 

어쨌거나 승혜는 남편이 지은 집의 축하 파티에서 집을 설계한 현국과 다시 재회한다. 남편의 체면을 위해 억지로 참석한 모임이라 승혜는 자리를 뜨는데, 마침 현국도 자리를 뜨는 참이라 그의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한다. 승혜는 신사다운 현국의 모습에 점점 끌린다.



 

현국의 아내는 정신병원에 몇 년째 입원중이다. 그런 아내를 현국은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그러나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며 자신을 놓아달라고 한다. 반은 투정일까? 현국은 그 마음을 이해해보려 한다.

 

서로 아픔을 이해하며 승혜와 현국은 점점 가까워져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기혼자라는 것이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는다. 승혜의 남편은 자신은 바람을 피워도 아내의 바람은 용서할 수 없다. 승혜를 비난한다. 그런 남편의 모습에 염증을 느낀 승혜는 지방으로 떠난 현국을 찾아간다.

 

화가 난 남편은 그 사실을 현국의 아내에게 알리고, 아내는 자살을 시도한다. 이제 그들은 다른 사람의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지만 현실적으로 맺어질 수 없음을 느끼고 헤어지기로 한다. 승혜는 사랑의 징표인 현국의 아이를 임신한 채로...

 

한국영상자료원에 있는 비디오의 화질이 좋지 않은 편이다 보니 영상미를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어느 글에서 이경태 감독은 대사 보다는 영상 그 자체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을 지향했다고 한다. 그래서 좀 더 화질이 좋았다면 당시 주목 받았던 이경태 감독의 연출을 좀 더 잘 느낄 수 있었을 것인데 비디오의 짧아진 러닝타임과 함께 많이 아쉽다.

 

이 영화는 1979년도에는 순수한 사랑으로 받아들여졌을 것 같다. 가정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순수하다는 소리를 들었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의 시점에서 이 영화가 보여주는 스타일은 다소 낡아 보인다. 더군다나 소설가 최인호가 각본을 썼다는데좀 더 잘 마무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다.

 

어떻게 보면 <도시의 사냥꾼>은 순수한 사랑이라는 허상을 좇는 영화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회에 대해 발언하기를 거부당하던 시절이라서, 사랑을 통해 당대 사회의 모습을 들춰낼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그것도 순수한 사랑이라는 허상에 집중하기로 함으로써, 고급 멜로드라마가 되려고 한다. 그러나 어른들의 세계에서 이렇게 순수한 사랑만이 칭송받아야 하는 건지오히려 인형의 집에서 뛰어나오는 로라가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개봉 : 1979년 3월 19일 피카디리 극장

감독 : 이경태

출연 : 정윤희, 신성일, 이대근, 김정하, 나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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