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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3학년인 예원과 영수는 대학입시에 성공할 때까지 만나지 않기로 굳게 다짐한다. 하지만 결과는 예원만 대학에 합격하고, 영수는 재수생의 길을 걷는다. 활달한 성격의 예원은 아이스하키 선수인 선배 덕진과 친해진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영수는 방황한다. 예원과 덕진은 그런 영수를 위해 서로 만나지 않기로 하면서 영수를 격려할 방법을 찾는다. 결국 영수도 그들의 우정을 받아들이고 공부해 대학에 수석으로 합격한다.

 

<이 다음에 우리는>을 보고 나면 전형적인 김응천 감독의 영화구나 싶으면서도 좀 더 밝은 느낌을 받게 된다. 왜일까? 하고 생각하니 이 작품에서 만큼은 김응천 감독 특유의 꼰대잔소리가 덜 하네 싶은 거다. 학생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교과서 잔소리가 의외로 덜하다. 왜일까? 또 생각해보니 결국은 주인공들이 대학생이더라는 거다. 결국 대학생이라는 신분은 그런 잔소리를 들을 필요 없는 어른이라는 건가? 하지만 유신시대의 하이틴 영화에서 교과서를 보고 읽어주는 듯한 꼰대 잔소리가 교훈이라는 이름으로 꼭 등장해야 하고 보니, 그 몫은 오로지 재수생 영수의 몫이 된다.

 

그러니까 이영화의 주 소비층일 중고등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생이라는 신분으로 갈아타면 그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낭만 가득한 대학 캠퍼스를 거닐게 될 것이니 공부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영화가 바로 <이 다음에 우리는>인 것이. 그러나 아들이 판사가 되기를 원하는 영수의 아버지가 자신의 꿈을 대리해 줄 아들이 아닌 아들의 꿈을 응원해주기로 할 때 이 영화는 청소년 영화로서의 몫은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교훈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히지 않은 듯한 가벼운 느낌이 좀 더 이 영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 같다. 나는 김응천 감독의 하이틴 영화를 꽤 본 편인데, 이 영화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상위에 랭크 시킬 마음이 있다.


개봉 : 1977년 4월 14일 대한극장

감독 : 김응천

출연 : 임예진, 이덕화, 진유영, 김숙경, 김진해, 문미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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