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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제약회사 상무 신호는 가족과 야외로 나가려 준비중이다. 이때 8년 전 헤어졌던 혜영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온다. 과거 총각으로 속이고 만나 사랑했던 혜영이 7살 아들과 나타난 것. 혜영은 신호에게 아들 영신을 맡았줄 것을 부탁한다. 신호의 아내는 남편을 위해 영신을 받아들이지만, 영신은 엄마를 그리워하기만 한다.

 

1968년 작품인 정소영 감독의 <미워도 다시한번>을 변장호 감독이 거의 똑같이 리메이크하여 <미워도 다시한번 80>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작품이다. 1968년과 1980년 사이에는 12년이라는 세월이 있지만, 변장호 감독은 배우들만 신영균은 윤일봉으로, 문희는 김영란으로, 전계현은 김윤경으로 변경했을 뿐, 영화는 거의 카피본처럼 비슷하게 만든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시대나 가치관의 변화를 반영하지도 새로운 해석을 덧붙이지도 않는다. 마치 1968년 이후 시간은 정지되었다는 듯 그대로다. 이렇게 비슷하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드러내는 부분은 오히려 설명이 부족해 공감하기는 더 힘들어졌다. 무엇보다 영화의 양념 역할을 톡톡히 했던 꼬마 김정훈의 연기를 당대 최고의 아역스타라 할 똑순이 김민희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신파적 감정전달에 한계를 드러낸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은 리메이크 영화를 만들기로 했으면서 전혀 자신의 생각을 반영하지 않았던 변장호 감독의 무사안일이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싶었다. 어쨌거나 <미워도 다시한번 80>은 당시 서울 관객수 36만명이 넘는 대흥행을 기록했다. 옛 추억을 기억하고 싶었던 관객들의 발걸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는 그들의 얼굴이 마냥 즐겁지 만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개봉 : 1980년 6월 21일 명보극장

감독 : 변장호

출연 : 윤일봉, 김영란, 김윤경, 김민희, 이순재, 김희라, 김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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