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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최헌의 노래 <가을비 우산속에>는 서정적인 멜로디로 크게 히트했다, 석래명 감독은 이 노래에 영감을 받아 당시의 톱스타 신성일, 정윤희, 김자옥을 캐스팅하고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다. 하지만 후대의 관객인 내게는 그럭저럭 볼 만한 영화 정도였다. 재미가 없진 않았지만 당시의 전형적인 삼각관계 스타일을 반복하고 있을 뿐, 1968년 작품 <미워도 다시한번>의 또 다른 아류라 할 평범한 멜로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첫 장면은 비오는 날이다. 노란 우산과 빨간 우산을 쓴 두 여자가 검은 우산들 사이로 유독 두드러져 보인다. 그녀들은 정윤희와 김자옥. 신성일의 두 여보. 최헌의 주제곡과 함께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 예쁜 화면이 돋보이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장면이기도 했다


사범대학을 졸업한 선희는 어머니가 산장을 운영하고 있는 설악산의 작은 학교로 부임한다. 마침 숙박중이던 오동원이라는 화가가 그림을 찢으며 자해하는 모습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끼며 그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어머니의 극심한 반대로 둘은 헤어지고 만다. 시간이 흘러 선희는 7살짜리 아들을 키우며 산장을 지키고 있다. 연락이 끊긴 동원이 찾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동원은 미술선생이다. 결혼한 아내 정은과 7살짜리 아들이 있다. 다시 그림을 그리라는 아내의 응원에 산장을 찾은 동원은 결혼한 줄 알았던 선희가 미혼모가 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동원은 두 여자 사이에서 방황한다. 선희와 정은은 서로 자신이 물러나겠다고 한다. 갈등하던 동원은 술에 취해 교통사고로 죽는다. 슬픔에 빠진 두 여자는 서로를 위로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복형제만이 즐겁다

 

<가을비 우산속에>는 사건을 만든 당사자들이 사건을 전혀 해결하지 않고 죽어버리는 영화다. 선희의 어머니는 선희가 결혼한다는 거짓말로 동원과 헤어지게 만들었지만, 갑자기 스토리에서 사라진다. 동원은 두 여자사이에서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우유부단하게 흐느적거리다 죽으면서 오히려 피해자 인 듯 처리해버린다. 결국 남은 건 고통을 짊어진 두 여자뿐인데, 그녀들이 무슨 죄가 있나?

 

이런 주제나 구조가 당시 관객들에게는 설득력 있었던지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석래명 감독 스스로가 낡은 스토리라 하더라도 좀 파격적인 접근법을 보여주었으면 좋으련만. 그런 욕심조차 없었던 것 같아 더 아쉽다. 결국 다시 확인하게 되는 것은 <미워도 다시한번>은 여전히 힘이 세다는 것 뿐.  


개봉 : 1979년 8월 23일 단성사

감독 : 석래명 

출연 : 신성일, 정윤희, 김자옥, 문정숙, 문미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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