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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워넬 감독의 <업그레이드>는 재미있다. 블록버스터급의 화려한 화면은 아니지만 스토리의 힘이 적지 않은 영화라는 느낌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 든다. <터미네이터>도 처음부터 블록버스터급의 영화는 아니었다. 미래에서 온 로봇이라는 설정이 당시 80년대라는 아날로그적인 상황과 자연스럽게 맞물리면서 독특하고 신선한 정서를 만들었다. 저예산스러운 화면이 꽤 어울리기도 했고 말이다.

 

<업그레이드>는 이러한 <터미네이터>적인 분위기를 반대로 뒤집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배경은 기술이 발전한 미래 세계이지만 오히려 지향하는 것은 아날로그에 대한 우호적 감정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어느 미래 시대. 과학 기술도 발전해 인간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이다. 무기 역시 몸 속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시대에 그레이는 아날로그를 좋아한다. 그레이는 거래를 위해 에론을 만난 후 불량배들의 공격을 받아 아내는 죽고 자신은 전신마비가 된다. 절망에 차 있을 무렵 에론은 스템이라는 칩을 몸에 삽입할 것을 제안하고 그레이는 스템에 의해 힘을 얻게 되고 아내에 대한 복수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는 스템과 얽힌 계략이 있었는데...

 

기계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설정은 이미 SF영화에서 낯선 소재는 아니다. <업그레이드>는 뭔가 새로운 것을 더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럴듯하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관객을 그럴듯하다는 상상속의 세계에 몰입하게 하는 힘은 영화 <업그레이드>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가 컴퓨터공학 시대를 다루면서도 아날로그적인 액션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과 악당들이 보여주는 액션은 무기보다는 서로 치고 받는 몸으로 싸우는 액션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몸과 몸이 부딪히는 폭력은 알게 모르게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주며 좀 더 인물에 동일화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인간이 기계에 지배당할 것인가 혹은 지배할 것인가는 알파고 시대라는 요즘 한번쯤은 고민해 볼 만한데, 영화 <업그레이드>는 적절한 시기에 작은 예산으로 적절하게 잘 기획된 영화가 아닌가 싶다. 다소 B급스러운 규모라고 느끼긴 했지만 중요한 건 규모가 아니라 소재를 잘 활용하면서 영화적 재미를 어떻게 관객들에게 전달하느냐는 것이라면 <업그레이드>는 실패하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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