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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태호 감독의 <보르네오에서 돌아온 덕팔이>는 별 기대 없이 봤는데 은근히 재미가 있네. 우선 뚝심 있는 오뚜기 같은 사나이. 일곱 번 쓰러지면 여덟 번 일어나고 말겠다는 박력의 사나이 덕팔을 연기한 박병호의 모습이 꽤 듬직하다. 그리고 70년대의 대표적인 조연배우인 오경아의 존재감을 처음으로 느껴보기도 그냥 영화 자체가 활기차다.
 
열대의 보르네오에서 3년간 일하고 귀국한 덕팔은 고국의 발전상에 뿌듯해 하는 것도 잠시. 그동안 번 돈을 여동생이 남편과 함께 탕진해버린 것을 알게 된다. 평양 냉면집을 여는 것이 꿈이었지만 일단 포기하고, 덕팔은 동생 부부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그들을 찾고 보니 그 돈은 어디로 날렸는지 지지리 궁상으로 살고 있지 뭔가. 하지만 긍정의 사나이 덕팔은 다시 장사를 시작하며 돈을 번다. 그리고 동생 부부도 교화하여 근면 성실한 일꾼으로 만든다. 마침내 꿈에 그리던 평양냉면집을 개업하고 사랑하는 여자도 만나게 된다는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같은 영화다.
 
1976년 작품이나 1977년에 소규모 개봉한 이 영화는 유신의 절정에 만들어진 작품이라 해도 좋겠다. 성실과 근면의 가치를 설파하는 계몽영화로 그 시절 외화쿼터용 우수영화를 노리고 정권의 입맛에 맞게 만든 영화의 하나라고 하겠다. 어쨌거나 세상이 이렇게 덕팔이 마음 먹은 대로 돌아 간다면 정말 닐리리야 닐리리겠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지, 머...... 영화가 단순 무식하긴 해도 활기차서 기분은 유쾌해지는 영화더라는...

개봉 : 1977년 7월 30일 남대문극장
감독 : 설태호
출연 : 박병호, 김희라, 오경아, 장혁, 이해룡, 소희,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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