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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형 감독의 <어른들은 몰라요> 1988년 서울 관객 22만여명을 동원하면서 그 해 흥행 3위에 올랐다. 1987년 흥행 1위에 올랐던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에 이어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규형 감독은 재기발랄한 신세대 감독으로 크게 주목 받게 된다. 하지만 전작인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가 당시 대학생들의 모습을 가벼운 개그와 접목하고, 김창완의 음악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균형 감각을 유지한 편이라면, <어른들은 몰라요>는 진지함에 대한 욕심이 너무 두드러져 영화 전체가 무너지고 만 것 같은 느낌이다.

 

이규형 감독은 <어른들은 몰라요>를 만들면서 당시 인기 개그맨인 최양락과 팽현숙을 부부로 설정하고, TV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의 귀여운 꼬마였던 이건주를 아들로 만들면서 코믹함과 개그적 재미에 집중한다. 10대 후반이었던 앳된 김혜수의 예쁜 모습을 양념으로 삼고, 역시나 <청춘스케치>에서 진지한 파트를 담당했던 김세준을 권투선수로 설정하여 그 진지함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하지만 이규형 감독이 <어른들은 몰라요>에서는 작가로 대우 받길 원했던 듯, 진지함이 지나쳐 영화 전체의 균형을 깨뜨리고 말았다. 시종일관 개그와 풋풋한 사랑으로 일관하던 영화로 마무리가 될 무렵 갑자기 한낮에 느닷없이 나타난 도깨비처럼 입양 문제를 들고 나온다. 당시 대두되던 사회적 문제에 대해 발언함으로써 예술영화처럼 대접 받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기승전결과 인과와 복선이라는 영화의 기본적 구성이 있는데, 이건 반전도 아니고 좀 너무 했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억지로 쥐어 짜며 강요하는 감동이 달갑지도 않다.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로 반짝 주목을 받을 수는 있었겠지만, 결국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감독은 다음 작품인 <굿모닝 대통령>을 비롯, 이후의 작품이 줄줄이 흥행과 비평에서 주목 받지 못하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결국 <어른들은 몰라요>는 이규형 감독의 한계를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결국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남는 건 앙증맞은 목소리로 아이들이 불러주던 주제가뿐이더라는


개봉 : 1988년 7월 1일 단성사

감독 : 이규형

출연 : 김혜수, 김세준, 최양락, 팽현숙, 이건주, 이재은, 김현수, 전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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