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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청춘>이라는 이제는 시대의 아이콘이 된 영화를 만든 감독. 60년대 전성기를 보내면서 수많은 대중영화를 만들었던 감독. 바로 한국영화계의 장인중의 한명이라 할 만한 김기덕 감독이 바로 그다. <오늘은 왕>은 그가 1966년에 발표한 작품인데,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봤던 그의 영화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다. 김기덕 감독은 당대의 대중을 자신의 예술세계로 끌고 들어오려는 감독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당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영화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데, <오늘은 왕>도 역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않는 통속적 가족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는 통속성 속에서도 빛나는 부분이 참 많은 영화라는 생각이다. 분명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캐릭터가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만 스토리는 좋았지만, 플롯의 구성이 좀 헐거운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있다.

 

<오늘은 왕>을 한마디로 말하면 부성애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고생 끝에 재벌이 된 왕발산(정민)에게 각기 엄마가 다른 3명의 자식이 있다. 이중 큰아들 재천(신성일)은 어머니의 자살이 아버지 때문이라는 생각으로 반항하며 아내(고은아)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고, 둘째 아들 재해(트위스트 김)는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미운오리새끼 노릇을 하고 있으며, 그나마 셋째 딸 재심(남정임)은 아무런 사심 없이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긴 하지만, 화목하지 못한 집안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 어머니가 부재한 이런 콩가루 같은 집안을 식모(문정숙)가 20여년째 돌보고 있는 중이다. 식모는 나중에 재심의 친어머니로 밝혀진다.

 

결국 이 영화의 주갈등은 큰아들이 품고 있는 어머니의 자살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된다. 아버지 왕발산은 어머니의 죽음을 숨기기에 급급하기만 한데, 이 부분이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편이긴 하다. 거의 30은 되었을 아들에게 나병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어머니의 존재를 그토록 숨겨야 하는 것인지? 그로 인해 가족이 거의 붕괴되어 가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아들이 받을 충격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설정되어 있긴 하지만 영화 속 아들이 어린이도 아닌데다가, 어머니의 병이 거의 다 나아가고 있으므로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는 식으로 서스펜스를 설정하는 것은 솔직히 너무 신파적이긴 하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그의 사랑을 깨닳은 재천이 무너진 가정을 회복시키는 모습에서는 가부장의 대물림으로 보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지만, 그 시절에는 이런 결말이 대중이 원하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 영화는 가부장제의 폐해가 아닌 부성애 그 자체를 조명하고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에 불편한 결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각 배우들의 호연이 무척 좋게 다가온 영화이기도 했다. 아버지 역의 정민은 특히 인상적이었고, 신성일과 트위스트 김도 새로웠다. 특히 막 데뷔 무렵의 남정임의 매력이 도드라져 보였는데, 고은아와 비교해 보면 더욱 존재감이 돋보이는 것이 왜 1대 트로이카가 고은아가 아닌 남정임일 수밖에 없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어쨌든 <오늘은 왕>은 단점이 있는 영화이지만 김기덕 감독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영화를 만든 감독일 뿐이었다며 작가군의 감독으로 분류되며 후세대의 존경을 받는 감독들과 스스로 차별을 두는 겸손함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기도 하다. 몇 편 보지는 못했지만 요즘 그의 영화를 보면서 작가군으로 분류되는 감독들의 영화에서 느껴지는 아우라는 없지만, 그것과는 다른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 있는 걸 보면 김기덕 감독은 대중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감성을 어루만졌던 좋은 감독이었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든다.


개봉 : 1966년 8월 13일 아카데미극장

감독 : 김기덕

출연 : 신성일, 정민, 고은아, 남정임, 문정숙, 이순재, 트위스트김, 윤인자, 오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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